주민갈등 치유방안 마련 약속 저버려...“애초부터 믿지 않았다” 신뢰 바닥

핵폐기장 부지선정 절차가 마무리돼야 부안군민에 대한 사면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주민들 사이의 갈등치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셈이다. 당장 “신뢰할 수 없는 정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법무부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국민 대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고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에게 통합과 도약의 새 질서에 동참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422만여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에는 정대철, 김영일, 이상수, 신경식 등 16대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구속됐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통일운동가와 농민·빈민·노동운동가도 800여명 가량 사면됐다.

하지만 당초 사면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부안 핵폐기장 관련 구속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사면복권을 하자는 데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지만 기준과 시기에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들어서 집단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이 제외됐고 핵폐기장 유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안 주민들을 사면복권하기는 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9월과 12월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발표했던 ‘갈등 최소화 방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년이 다 돼가는 데도 여전히 갈등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17일에는 “부안에 대해서는 조속히 범정부 차원의 갈등해소 및 지역활성화 대책 등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 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니 주민들이 정부에 대해 느끼는 신뢰감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 구속자 동지회 회원은 “맨 처음부터 희망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제2의 부안사태를 일으키는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면서 한쪽에서는 사면복권 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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