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울어진 철조망.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길 중앙에 늘어져 있는 고압선
▲ 비만 오면 질척거리는 구간
▲ 군부대의 접근금지 경고판
▲ 뽑혀진 채 방치된 이정표
▲ 음산한 모습으로 방치된 군사 시설물
▲ 지표면에 어지러이 설치된 공용 중계기
▲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군사시설물 방치, 이정표 오류 많아
질척거리는 구간에 늘어진 고압선도
예산·인력 부족...시민단체 힘 모아야

마실축제가 불과 2주 남은 상황에서 부안 관광의 상징인 마실길 관리가 소홀해 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20일 오전 고사포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마실길 3코스, 일명 ‘적벽강 노을길’을 직접 탐방한 결과 잘못된 이정표와 군사시설물 등이 방치돼 있어 우리 고장의 대표 관광코스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곳곳에 버려진 흉물스런 군사시설물과 쓰러져가는 철조망 등이었다. 주로 산책로로 구성된 마실길이 과거 군 당국이 구축해 놓은 참호와 뒤엉켜 있는데다 곳곳에 방치된 철조망 때문에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차광막으로 가려진 시설물 앞에 접근하지 말라는 섬뜩한 경고판이 서 있는 곳도 있어 마실길에 대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라도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이들 시설물은 지난 1970년 해안경비를 목적으로 해경이 설치한 후 군 당국이 인수받아 운영해 오다 약 20년 전 부대가 철수하면서 방치돼 왔다.
부안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 시설은 비록 방치된 것이라도 군청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군 당국과 협의를 한 결과 조만간 철거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이정표의 오류였다. 성천항을 출발해 하섬을 지나 2~3㎞ 정도 걸었을 때 만난 이정표는 격포항까지 3㎞, 성천항까지 7㎞를 가리키고 있었다.(사진1)
그런데 1㎞ 정도 더 가자 격포해수욕장까지 4.1㎞, 고사포해수욕장까지 4.0㎞로 표시된 이정표가 나타났다.(사진2) 격포 방향으로 1㎞를 더 왔음에도 1.1㎞ 더 멀어지고 고사포까지의 거리는 오히려 3㎞나 가까워졌다.
다시 1㎞ 남짓 더 가자 이번엔 격포항 4㎞, 성천항 2.3㎞라 적힌 이정표가 나왔다.(사진3) 격포항까지의 거리는 그대론데 성천항까지의 거리는 무려 1.7㎞~4.7㎞나 줄어들었다. 격포를 향해 가고 있으니 성천항은 점점 멀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무줄 이정표였다.
전체구간의 거리도 다 달랐다. 첫 번째 이정표는 10㎞, 두 번째 이정표는 8.1㎞, 세 번째 이정표는 6.3㎞였다. 마실길 홈페이지에 3코스 전체구간이 7㎞라고 소개돼 있으니 이들 이정표는 다 틀린 셈이다.
이같은 오류는 이미 마실길을 다녀간 일부 누리꾼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올려 유명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부안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예산과 인력 등이 확보되는 대로 올 하반기까지는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용기지국의 기계들이 전봇대 위에 부착되지 않고 지표면에 닿을 정도로 낮게 설치돼 있는 부분도 상당히 위험스러워 보였다. 이 문제는 이들 기기를 운영하는 업체 쪽에 강력히 요구해 이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가 오거나 해빙기가 되면 유난히 질척거리는 구간에 대한 보수 요구도 있었다. 운동 삼아 거의 매일 마실길을 걷는다는 한 주민은 “겨울이면 아예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푹푹 빠진다”면서 “나무를 잘라 고르게 덧대면 돈도 많이 안 들면서 미끄럽지 않을 것”이라며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쓰러진 이정표도 보였고, 성인 가슴 높이까지 늘어져 있는 고압선이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경찰지원 표찰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일부 구간은 침하 위험도 있어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한편, 마실길 정비가 미비한 이유로 예산과 인력 부족도 지적됐다. 현재 단 1명의 주무관이 10년째 마실길을 관리하고 있는데다 운영관리비 등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마실길이 처음 조성됐을 때에 비해 올해 들면서 정비와 관련된 예산이 1억원 남짓 배정됐다고 하지만 전 구간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비용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행정은 물론 부안군의회에서도 관련 예산에 관심을 갖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부안군청 관계자는 “마실길이 우리 부안의 자랑거리이자 군민들도 관심이 많은 만큼 열심히 관리하고 있지만 예산 등 여건이 썩 좋지는 않다”면서 “시민사회단체나 산악회 같은 단체가 관심을 갖고 마실길 정화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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