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탈락했으나 명확한 이유 들을 수 없어”
김춘진 “차라리 경선하고 깨끗이 승복했더라면”
국민의당 후보들 “석연찮은 번복은 원천 무효”
김종회 “후보자라면 중앙당의 공식입장 따라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천심사 과정에서 보인 난맥상이 도를 넘고 있다.
더민주당은 김제·부안선거구에 김춘진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최규성 의원을 컷오프 시켰지만 명확한 탈락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면접을 통해 3명의 경선 후보를 잠정 확정했으나 불과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하고 1명의 후보를 구제해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민주당은 지난 10일 공관위 발표를 통해 최규성 의원을 공천에서 컷오프 시킨데 이어 14일 재심청구도 기각했다. 이로써 김춘진 의원의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하지만 더민주당은 최 의원의 컷오프 이유로 “경선 경쟁력은 있으나 본선 경쟁력은 낮다”고 설명할 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관위가 15% 이상 지지율 격차나 비리 전력 등을 컷오프의 근거로 규정하고 있는 당규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제의 반발도 거세다. 강병진, 정호영 도의원과 정성주 김제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시의원 등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규성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표적공천이자 정치적 학살”이라며 “중앙당이 최규성 의원의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집단탈당 등 최후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반발하며 전원 탈당계를 작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앙당 일각에서는 세월호 문제나 이상돈 교수 영입 등의 사안을 두고 최 의원과 갈등을 겪던 더민주당 실세의 이름이 거명되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인구수 면에서 열세인 부안 출신의 김춘진 의원에게도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으로서는 최 의원의 김제 조직 흡수가 본선 승패의 관건인데 김제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의원 조차 “아름다운 경선을 치러 누가 이기든 깨끗하게 승복하는 게 오히려 나을 뻔 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최규성 의원 측은 “무엇보다 탈락의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다”면서 “낡은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민주화 세력이 부정되는 게 안타깝다. 현 상황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을 지키자고 설득하려 해도 명분이 없다”며 무기력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 지역구뿐만이 아니다.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당이 이해찬, 정청래, 강동원 의원 등을 컷오프 시키면서 ‘야성이 강한 의원’만 족집게처럼 골라내고 있다는 불만이 전국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지지층의 이반이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더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민의당은 공관위가 6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면접과 서류심사를 통해 3명을 탈락시키고 3명을 경선 후보로 결정했으나, 일부 탈락 후보의 반발에 밀려 1명을 구제해 말썽을 빚고 있다.
당초 공관위 심사를 통과한 예비후보는 곽인희, 나유인, 송강 예비후보 등 3명이었으나,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강력 항의하자, 이들만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여 지지율이 가장 높은 1명을 구제하기로 번복한 것이다. 이는 당헌 당규에 근거가 없는 조치이다.
더구나 ‘패자부활전’ 여론조사 과정에서 출마도 하지 않은 김원철 부안농협장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조사의 위법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곽인희, 나유인, 송강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당내에 보이지 않는 실력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과 “특정 후보를 구제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컷오프 탈락 대상 후보자들을 임의로 여론조사에 포함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경선후보자 서류 및 면접심사 평가결과의 공개와 특정 3명만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 설명 등 납득할 만한 해명과 개선 조치가 없으면 중대 결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는 별도로 곽인희 예비후보는 1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회 예비후보의 경선자격을 부여한 컷오프자 부활 여론조사는 원천무효”라고 맹비난하면서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종회 예비후보의 경선자격 무효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종회 예비후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당의 후보자라면 당 지침에 따라, 또 당의 목적과 취지와 운영방침에 따라 얘기를 해야 한다”면서 “중앙당이 공식적으로 (컷오프에 대해서) 한마디도 한 것이 없는데 (다른 예비후보들이) 멋대로 추측해서 퍼트리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저는 이미 김제에서는 컷오프 됐다고 소문이 나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내 할 일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더민주당의 일방적인 ‘공천학살’에 이어 새정치를 표방하며 딴 살림을 차린 국민의당 마저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자 지역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안읍에 거주하는 ㄱ씨는 “두 야당은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사실은 금뱃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하며 “공당(公堂)이 정당정치를 하면서 고수해야 할 원칙과 상식을 저버렸다.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라며 분개했다.
야당의 이같은 행태가 결국 정치혐오를 부추겨 투표율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군민은 “우리나라 정치가 후퇴하는 게 투표를 안 해서, 또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막상 투표를 하려고 보면 이렇게 엉망진창이니 찍을 데가 없다”고 자조하며 “앞으로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중앙정치에 의존할 게 아니라 지역정당, 또 지역 시민사회운동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름의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당 부안·김제 선거구 경선은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으로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이뤄졌으며, 결과는 이르면 19~20일 사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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