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고' '참는' 모성은 한계···동일한 정치 주체로 거듭나야

부안독립신문에 실린 김효중님의 부안논단을 읽고 지역주민들이 학생들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다른 의견이 있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이번 여름 환경현장활동(환활) 집행위원장이자 여성문제 담당을 맡았던, 김효중님이 말한 그 사건(언어와 신체적 접촉을 둔 지역주민과 학생들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회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간 환활을 몇 년째 진행하면서 발생한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문화적 여성주의로 지역주민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의 문제점을 몸소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현장활동을 고민하는 학생들 대개가 그러했고, 여성주의적 실천과 성폭력(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적으로 문제제기하거나 대화가 안 될 경우 짐을 꾸려 마을을 나가는 등 극단적인 해결방법을 반성하며, 지역주민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여성운동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해왔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환활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는 학생들이 지역에서 환활을 관장하는 주민들과 함께 어떤 방식을 취하면 좋을까를 논의했고, 그 후 직접 주민(당사자)을 만나 유연하게 문제제기를 한 터라 마무리가 잘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제기 방법을 논의하던 자리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방안이 지역주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성주의의 문제의식을 나누는 데 있어 지역주민들과의 문화적 차이 등 여러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부단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또 해결과정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남학생의 발언이 주민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저한테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한편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반성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김효중님이 말한 부안항쟁에서의 여성을 사례로 든 여성운동의 방향에 대해서입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한마디 전하고 싶다고 할까요. 먼저 그 글을 보면서 그간의 여성주의 활동양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고, 또 그동안의 급진적인 문제제기가 문제의식 자체보다는 방식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옳고 그름의 평가를 떠나 여성주의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기여해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김효중님이 말한 정치적으로 지향되는 외적인 것만이 아닌, 내적인 변화와 여성성 중 모성을 바탕에 두고 여성운동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성의 발견과 성장은 이를 둘러싸고 있던 그간의 오랜 남성중심적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되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흔히 '모성'이라고 하면 '돌보고, 참는, 인자한'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것은 남성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여성성이라고 하는 것이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상태에서 성장해온, 여성의 단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사회가 여성을 해방시키고 여성과 남성 모두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할 때, 여성성은 오히려 내면적 성숙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사회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은 여성운동이 가족이나 마을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광범위한 의미의 정치)운동으로써 더욱 확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모성으로 일컬어지는 여성성이 인내와 헌신이 아니라, 긍정적인 힘의 주체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여성운동을 현실 정치운동으로 바라보고, 동일한 정치적 주체로서 거듭나기 위한 방향이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여성성은 더욱 발굴되어지고 확장되어야 할 가치이자 정치이며, 이를 사회적으로 수용하면서 우애로운 관계맺음을 해나가는 것이야 말로 여성운동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서의 여성운동이 상생 속에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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