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출퇴근 시 인사 건낼 때 보람 느껴

외국인은 한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어마어마한 아파트 숲을 보며 가장 많이 놀란다고 한다. 2015년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49.8%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특히 울산, 광주 같은 도시는 전체인구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거문화의 변화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이제 우리들의 일상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은 악덕 기업체들의 대리점에 대한 횡포, 대한항공 회항사태 등과 더불어 을의 입장에 설 확률이 높은 일반 서민들의 가슴에 뜨거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말 부안은 40cm가 넘게 내린 폭설로 대중교통은 두절되고 사람들은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지경이 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바깥일을 봐야만 하는 경우의 주민들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런 중에도 부안의 새만금아파트는 한 경비원아저씨의 헌신적 노력으로 경사가 심한 아파트 출입 도로를 큰 불편 없이 통행을 했다는 미담이 들려왔다. ‘눈 치우는 것도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을 때 경비원 임상열씨(62)는 수십 개 채널이 돌아가도 있는 CCTV의 모니터를 지켜보고 계셨다.
“어떤 일을 주로 하시는가요?”
“주된 업무는 경비지만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잡무를 다 해야죠. 분리수거 된 재활용 쓰레기를 장리하는 것, 화단을 관리하는 것, 각종 잡다한 민원, 주차관리, 택배 보관 및 전달, 그리고 눈 치우기…….”
“사실은 주민들이 눈을 정말 열심히 치워주셔서 고맙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찾아왔습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을 어떻게 그렇게 치우셨어요?”
“혼자서 한 것은 아니고 관리과장님하고 함께 했습니다. 저희 아파트가 들고 나가는데 경사가 심합니다. 그래서 눈이 쌓이거나 빙판이 지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눈이 오면 바로 바로 치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눈이 많이 오더라고요. 염화칼슘을 16포를 뿌렸는데 눈이 안 쌓이게 하려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염화칼슘이 튀고 묻어서 옷이 한 벌 다 버렸습니다.”
“간혹 주민들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여기서 근무하면서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안에서도 다른 아파트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주는 월급으로 먹고 살면서 왜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하느냐’그러면서 관리사무소에 ‘그 사람 자르라’고 민원을 넣고……. 실제로 경비원은 그만 두고……. 그게 뭐예요! 그러면 안 되지...”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은 쉬는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아파트 경비원 같은 감시,단속직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의 80%만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최저임금을 100% 지급하라고 하자 전국에 있는 아파트 관리업체들은 경비원들을 해고하고 자동출입문과 감시카메라를 더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경비원들을 해고 하지 말고 최저임금을 지급하자고 했다. 단 아파트 관리비는 올리지 말고……. 이런 상황에서 나온 꼼수가 근무시간을 줄이고 무급 휴게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서 깍은 금액은 평균적으로 한가구당 800원이라고 한다. 그 말은 반대로 800원을 더 내면 경비원들이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모두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아파트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심야에 휴게시간을 늘려서 급여를 맞춰 주고 있어요. 하지만 전 불만 없어요.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하겠어요. 그래서 전 이 생활도 만족합니다.”
임상열씨는 원래 벽돌 쌓는 것이 전문인 조적기술자였다. 조적 일을 하는 도중에 벽돌을 흙손이나 쇠손으로 쳐서 반으로 쪼개서 쌓는 일이 생기는데 그런 일을 하다보면 벽돌파편이 눈에 들어가 박히는 일이 생기곤 한단다. 그런 일이 반복되어 한 쪽 눈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건축 일을 그만두고 버스운전도 해보고 고속도로 휴게소 경비업무도 해 보았단다.
“이 일은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출퇴근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넬 때 보람을 느낍니다. 꼭 내게 ‘아저씨 덕분에 편안히 잘 쉬었어요. 고마워요’하며 얘기하는 것 같아서요”
아파트경비원이라는 직업을 지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주민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이런 분들에게 계속해서 갑을(甲乙)계약서를 강요해야만 하는가?
이제라도 ‘함께 행복 합시다’란 의미를 지닌 동행(同幸)계약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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