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영하 20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가 지나가고 있다. 날씨만 이렇게 추운 것이 아니다. 2015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7%로 2008년 이후 근근이 유지되던 3%대의 성장률이 무너져 버렸다. 2016년의 성장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 3.5%대를 설정하고 있지만 그리 자신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고성장의 시대가 마감되고 있다. 해마다 8%대를 넘던 중국 성장률은 작년 6.9%에 머물렀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3.5%에 머물렀다. 아베총리가 갖가지 우클릭 정책을 총동원하여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일본경제는 여전히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0.6%성장에 머물렀다. 이러한 국내외적 경제성장율 수치들은 이미 한국이 불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이 경기침체는 당분간 크게 나아질 전망이 없는 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삼성은 계열사를 대거 매각하고, 임원의 20%를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였다. 2015년 방위산업, 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2조원 대에 매각하였고, 이어 화학계열사 전체를 3조원 대에 롯데에 매각하였다. 임원 20%를 포함 5,500명의 임, 직원을 감원하였다. IMF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경기침체는 청년들의 미래 비전을 바꾸어 놓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헬조선”, “탈조선”같은 말은 북한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취업, 안정적 직장과 결혼 등에서 비전이 없는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말이다. 이러한 장기불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처음에는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아예 민주화란 말조차 사라져 버렸고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조장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목을 걸고 있다. ‘이명박근혜정부를 통틀어 경제정책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한밤중에 치즈를 갉아먹는 쥐들만 많아진 듯하다. 그렇다고 상황만 탓할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에서 뼈저리게 확인했듯이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설령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침체의 불황은 하루아침에 극복되기 어렵다. 추운 겨울을 나는 지혜를 알아서 개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얼어 죽고 만다. 불황의 시대에 개인과 기업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투자는 불안하고 안전자산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의 영역은 다르다. 국가를 비롯한 자치단체와 협동, 공동체의 영역은 적극적으로 정책적 투자를 확대하고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가 이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와 협동, 공동체부문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목표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이 대목에서 우리는 마을에 주목한다. 마을 공동체가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귀농 귀촌인들이 들어오고 마을 기업이나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 되면서 공동체가 살아나는 마을이 생기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농촌인구가 늘어난다. 이는 지난 IMF시기의 교훈이다. 50대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50%를 넘는다는 설문조사도 농촌마을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를 말해준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나서면 귀농 귀촌인들이 훨씬 부드럽게 마을에 정착할 수 있다.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살펴야 한다. 자치단체의 정책도 마을을 어떻게 활성화 할 것이가에 맞춰져야 한다. 최근 전라북도는 마을 만들기와 관련된 모든 부서의 사업을 통합하여 농촌활력과를 신설하고 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마을 사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규모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시, 군마다 중간지원조직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작고 일회적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마을사업이 이루어진 곳들 중 60%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사는 마을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매우 의미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마을 공동체를 보다 촘촘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농협을 포함하여 사회적 기업, 영농법인 등 “사회”나“조합”이 들어가 있는 모든 단체들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농촌 일자리는 도시의 일자리보다 훨씬 탄력적이다. 농촌에도 비전이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때에 증명해 봐야 한다.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공동의 작업을 나누면 훨씬 높은 성과와 결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협동의 원리이다. 놀고 있는 땅이 없는지 둘러보자. 자유무역 시대에 불황이 길어지고 농업 포기가 이어지면 농산물 가격은 오른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노는 땅을 찾아 일구면서 준비해야 한다. 마을공동체회복으로 촘촘한 안전망을 짜고 작은 일자리도 만들고 나누고 가꾸며 버티고 나면 우리는 이 긴 터널이 끝날 때 쯤 새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가까운 불황속에서도 큰 사회적 동요 없이 버텨 나가는 일본의 어느 농촌마을(일본 정부가 아니라)의 지혜도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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