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가 간편하고 가격 또한 저렴해서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내뱉는 숨과 들이마시는 숨을 모두 사용하는 유일한 악기로 폐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모니카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하모니카와 연주자의 기교가 더해지면 같은 곡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안에서 열리는 축제현장이나 각종 행사장에 초대 손님으로 자주 등장하는 하모니카연주자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게다가 한손만으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훌륭한 연주솜씨에 빠져들어 다른 생각들은 모두 잊게 만들곤 한다. 화재의 주인공인 화음하모니카 실용음악학원의 박창규원장을 눈보라 헤치고 찾아갔다.
명함을 건네며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이름은 박창규라고 하오만 나이는 말하기가 싫으네요…….”
“사람들은 내 나이를 말하면 ‘낡고 오래되어 구식이며 고집스럽고 재미없고 딱딱한’ 그런 선입견을 가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난 나이대신 나의 행동이나 모습으로 평가받기를 원해요. 그러니 내 나이는 묻지 마세요~” 하시면서 슬며시 알려주신다. 헉! 역시 동안이시다.
“지금은 하모니카 선생님이시지만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그걸 말하자면 나의 인생스토리를 간략하게나마 풀어야 겠구만요”
“난 농촌지도소 옆 마을인 서옥이란 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돈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서 기술을 배웠지요. 자동차 정비를 배웠는데 정식 교육을 안 받았어도 눈썰미가 좋고 손재주가 뛰어나 금방 실력을 인정받는 엔진 정비 기술자가 되었죠. 엔진 보링이 내 전공입니다. 군대도 갔다 오고 결혼도 해서 독립을 할 생각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 나주입니다. 나주가 시골이다 보니 자동차 보다는 농기계 수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농기계 수리를 했는데 가게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재주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주변의 경쟁업체들이 시기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어요. 이유인즉슨 기술력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차이가 나느냐면 고장의 원인을 우린 딱 보면 알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저것 본보고 부품 갈고 할 것이 없어요. 정확히 고장 난 그 부품하나만 해결해주면 시간도 안 걸리고 돈도 안 들고요. 그러니 바쁜 농사철에 한시가 급한데 농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호사다마’라고 손님들이 우리 집에 쏠리니 주변의 가게들이 작당을 해서 텃새를 부리는 거야. 가게 주인을 선동해서 ‘내보내라’ ‘그 친구 가게 주지마라’... 그래서 탈탈 털고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같은 일을 했는데 나주에서 여기까지 기계를 싣고 오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지요. 그 뒤로 아내가 식당을 개업하면서 농기계수리를 접었는데 그 때 잠깐 쉬면서 가까운 사람의 콤바인작업을 도와주다가 왼손을 잃고 말았어요.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박창규씨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특허도 여러 건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2년간 두문불출하고 연구에 매달린 끝에 발명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의수이다. 팔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고 손도 오므렸다 폈다 할 수 있다.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본 그런 손이다. 재질이 플라스틱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꼭 그렇게 생겼고 그렇게 작동한다. 의수를 개발하고 특허를 등록하고 하는 동안에 중졸이라는 겉보기만 보고 무시하는 것을 느껴 고졸검정고시와 방송통신대학으로 법학공부까지 마쳤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을 싣고 인력을 공급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서울 판매점을 통해서 의뢰가 들어오는 의수를 맞춤 제작해 주면서 그런대로 생활을 안정되어갔다. 사고 후 10년이 지나면서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나의 즐거움을 채워줄 그 무언가를 찾다보니 그게 바로 하모니카였다. 인터넷 동영상강의를 통해 기본기를 닦고 한계에 부딪칠 무렵 스승을 찾아가 잘못된 기본기와 함께 그만의 연주기법을 완성해 나아갔다.
“하모니카는 입술과 혀, 손목, 그리고 호흡이 조화를 이뤄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야만 연주가 되는 겁니다. 입안에서 이뤄지는 것을 설명하기도 힘들고 알아듣기도 힘들고……. 하지만 사람의 호흡을 닮은 하모니카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최고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하모니카학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환경에서 독학으로 배우다보니 처음배우는 사름은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또 중급이상의 실력인 사람들은 자신만의 연주를 완성시킬 수 있는 정도까지 도와주고 싶어서 지난 연말 실용음악학원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각종 행사장에 최대손님으로, 방과 후 학교 선생님으로, 평생교육기관의 지도자로 맹활약 중인 박창규씨의 소망대로 학벌, 나이, 신체적 조건에 상관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실력으로 평가 받은 10년, 2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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