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각종 농사비용을 정리하는 때가 되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생산량이 늘어 소득이 좀 낫을 것 같았지만 쌀값의 하락으로 농가 경제는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다. 특히 논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경우 벼 판매만으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부안지역의 임대료는 논의 위치나 경지정리여부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양답의 경우 마지기당 보통 백미 2가마 정도이다. 때로는 이를 상회하는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벼농사 지역으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임대료가 지불되고 있다. 전국적인 양상을 보면 경기지역이 0.5가마~1가마, 충청지역이 1가마~1.5가마, 전남지역이 1~1.5가마, 수준이다. 경상도는 원예특작 지역을 제외하면 1가마 수준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익산, 군산, 김제, 부안, 정읍 등 이른바 호남평야 지역의 임대료가 부안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원인은 몇 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높은 경쟁관계를 들 수 있다. 임대료가 조금 높더라도 각종 기계장비를 갖추고 있는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 배미라도 더 지어야 소득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 경쟁적으로 논을 확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올라가게 된다. 최근 20년간 우리지역의 논 임대료는 70%가량 인상되었다. 20년 전에 7~8가마하던 임대료가 최근에는 12가마까지 상승한 것이다. 두 번째는 재촌지주(이 지역에 거주하는 지주)가 많은 것이 또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재촌지주는 부재지주(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지주)에 비해 벼농사 및 각종 인맥 등으로 훨씬 많은 정보망을 가지고 있고, 이 정보망을 통해 임차농업인들의 경쟁관계나 농사 작황, 직불금 등의 각종 농업정책동향을 보아가며 임대료를 높이게 된다. 이렇듯 임차농업인들의 높은 경쟁과 임대지주의 넓은 정보망이 결합하여 농지임대료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임대료는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생산량 중심의 농사를 짓게 되어 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농지 집중을 일으켜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감수하게 만든다. 학자들에 의하면 한 사람이 단위 면적당 소득을 가장 높게 지을 수 있는 농지의 규모는 12ha라고 한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는 더 많은 농지를 확보해야만 농가가 목표로 하는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과도한 농지집중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농지의 소수집중은 신규 농업인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탈농을 조장한다. 지역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이상 농업인의 인구증가를 어렵게 만든다. 지역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최근에 귀농하여 농지를 늘리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논농사 1200평 한 필지를 짓는데 모두 계산하면 30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임대료가 168만원이다. 나락 값이 1,100원이니 3000㎏이 나와도 본전이다. 3000㎏이 나오는 농사는 드물게 잘된 농사다. 평년작으로 따지면 거의 밑진다는 얘기다. 결국 논농업 직불금을 받아야 소득이 발생하는데 이마저도 임대료를 올리는데 악용되고 있다. 변동직불금을 나누어 먹자는 요구도 있다는 것이다. 직불금은 낮은 농업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 당사다가 받도록 되어 있다.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1986년도에 만들어진 농지 임대차 보호법에는 임차료에 대한 상한선을 시군 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임대료 가이드라인 있는지 들어본 일이 없다. 이마저도 최근 개정된 농지법에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치단체장이 위원회를 만들어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임대료의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합의’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종 논농업과 관련된 비용 및 소득분석 자료를 기초로 하여 적정한 농업인 단체가 주관하는 공청회를 통해 임대료 상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은 없다 할지라도 각종 임대료 협상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임대료를 논의할 때 억지논리는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곡창지대의 임대료문제가 나라의 안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이 있다. 조선시대 민란이나 각종 반란, 혁명은 그 근저에 높은 임대료 문제가 깔려 있었다. 나라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정비하고 임대료 상한에 대한 왕명을 내리고는 했는데 그 기준이 지주 3, 작인 7 제도였다. 노나맥이 즉 병작 반수(생산량의 1/2을 나누는)는 엄히 금하였다. 최근의 부안지역 임대료는 병작반수제보다도 임차인에게 불리할 정도로 높다. 지역농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