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건강에 대한 칼럼을 부탁받고 고민을 좀 했었다. TV나 인터넷, 신문, 잡지 등 어느 매체를 보아도 건강, 질병에 대한 내용이 넘쳐난다. 진료를 하다가, 어떠어떠한 병이 의심된다고 설명 드리면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와서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묻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많다. 내가 신문에 건강 상식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론은 ‘별 의미 없지’였다. 이 나라 학생들은 단순 지식을 암기하고 별 생각 없이 답안지에 옮겨 쓰는 것만 배워왔다. 자신이 외우는 그 지식이 옳은지, 옳으면 왜 옳고, 그르면 왜 그른지는 별로 생각 안한다. 선생님이 하는 말, 교과서에 나온 글은 무조건 절대적인 진리로 여긴다.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힘은 너무 부족하다. 건강 상식에 대한 방송이나 소개 글들을 아무리 많이 보고 읽어도,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겨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인다. 건강 문제를 스스로와 연관시키고, 자신의 상황을 바탕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당뇨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건강검진을 통해서나 다른 이유로 병원진료를 하다가 당뇨를 발견하게 되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은 약을 먹어야 하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 당뇨병이란 인슐린을 적절히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을 하지 못해서 혈액 속에 당이 높아지는 병이다. 혈당이 너무 높지만 않으면 별다른 불편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혈당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작은 혈관, 작은 신경이 망가져서 당뇨망막증, 만성신부전, 당뇨족, 당뇨신경병증 등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그런 합병증이 생기고 나면, 그때 가서 후회하고 혈당 조절을 열심히 해도 다시 회복할 수가 없다.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을 해치고 나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당뇨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나? 일차적인 치료는 규칙적인 식생활, 운동으로 혈당 조절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약을 먹는 것보다도 중요하다. 식생활 개선과 운동만으로 혈당이 적절히 유지된다면, 굳이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것이다. 혈당 조절이 안 되면 약과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식생활과 운동은 신경 쓰지 않고 약만 잘 먹으면 되는 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와는 완전 반대의 경우가 있는데, 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사와는 상담도 없이 약을 안 먹고 그냥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의사를 만나서 “약을 먹어야 하나요?” “수술을 해야 하나요?” “어떤 게 더 좋은 치료지요?” 라고 묻는 것 보다, 나의 몸과 나의 질병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더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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