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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짙은 그림자
  • 이경덕(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 승인 2015.12.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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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회에는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헬조선은 한국사회가 지옥과 같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혹자는 이미 한국사회가 지옥의 문턱을 넘었기 때문에 헬조선이라는 말은 역전앞이나 철교다리처럼 겹말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외국의 여러 전문가들도 한국의 여러 현상과 지표를 지적하며 한국사회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래하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것은 역시 부채일 것이다.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공식적인 가계부채만도 1166조를 넘어섰다. 여기에 국가 부채와 기업의 부채가 더해지면 감당할 수 없는 부채가 한국사회 위에 드리워져 있는 셈이다. 산 정상에서 굴린 부채의 눈덩이가 점점 커져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가공할 위력과 속도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향해 굉음을 내며 다가오고 있다.
부채가 아무리 많아도 처분할 재산이 많으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지만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부채는 머리 위에 드리워진 예리한 칼날처럼 위험한 것이 되었다.
사실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돈을 빌려서 수출이나 사업을 통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부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는 집단적으로 경제 불황에 빠져 있기에 수출이나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한국의 부채는 부동산 투기나 생활을 위한 성격이 강해서, 그래서 갚을 수 없는 부채는 흡사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늪과 같이 한국사회를 조금씩 가라앉히고 있다.
부채의 위험은 예부터 알려진 것이었다. 가난한 집안이 결혼과 같은 큰일을 앞두고 빚을 내고 결국 그 빚을 갚지 못하면 노예로 전락하거나 유랑민이 되어서 떠돌아야 했다. 노예가 된다는 것은 자유를 잃는 것을 의미하고 주인 외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도 없었다.
영어에서 자유를 뜻하는 free라는 말은 친구를 의미하는 friend에서 유래했다.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오늘날 관계가 고립되고 친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고대사회에서는 주기적인 부채 탕감이 이루어졌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람들의 부채를 탕감했고 노예로 끌려갔던 사람들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다. 노예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빈곤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종교는 고리대금업을 매우 나쁜 악덕으로 보았다. 예수가 성전 앞에서 환전상을 비롯한 고리대금업자들을 내쫓은 사례도 있고 그 외의 종교들이 부채를 발생시키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고리대금업을 사회를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악으로 규정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대거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갔던 것도 아프리카의 노예무역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이제 한국사회는 부채로 해서 노예가 될 것인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자유를 얻을 것인지 하루바삐 선택해야 한다. 이미 부채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폭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경덕(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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