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어색했던 어르신들이 웃음치료사 최영랑씨(47세)의 말에 따라 몸을 풀기 시작한다.
“자아 우향우~~앞사람 어깨를 주물러 주세요.
주물러--날세워--공기넣어--긁어줘
걱정털어 찰찰찰! 근심털어 찰찰찰~~
옆사람의 어깨를 서로 주물러 주면서 어깨와 함께 마음도 풀어진다.
“송아지노래에 가사를 바꾼 ‘웃어요’를 함께 부르겠습니다.
힘차게...‘웃어요 웃어요 활짝 웃어요 박수치며 웃어요 기분이 좋아요.
2저얼∼ 웃어요 웃어요 활짝웃어요 옆사람이 웃으면 행복해져요.’
이렇게 웃으면 머릿속에서 엔돌핀이 나옵니다. 우리의 뇌에서 중추신경을 타고 호르르르 내려오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아팠던 다리, 어깨, 허리 아픈 것이 잠시 잊어지게 되지요~. 그리고 옆 사람과 함께 웃으면 이 엔돌핀이 혼자 웃을 때 보다 서른 세배나 많이 나온대요. 자 다 함께 하하하∼”
어르신들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난다.
“그럼 일주일 내내 웃어 볼까요.
“월요일은 원래부터 웃고 하! 하!”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하! 하!”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하! 하!”
목요일은 목청껏 웃고, 금요일은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은 토실토실 웃고, 일요일은 일삼아 웃고...“하! 하! 하! 하!” 어느새 장내는 웃음으로 가득해 진다.
“나랑 늘 함께 다니는 나의 몸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에요. 손아 손아 고맙다∼. 발아 발아 고맙다∼. 무릎아 애썼다∼. 옆 사람 무릎도... 애썼다. 고맙다. 이웃에게 감사하고 용서하고 이뻐하면 기쁨이 찾아옵니다. 싫어도 안아주세요. 말이 인생을 끌고 갑니다. 자 평소에 미워하던 사람 이름을 부르며 ‘내가 미워하는 000야∼ 내가 오늘부터 너를 용서한다∼’”
“하하하 호호호 고마워! 미안혀! 사랑해! 축복해! ∼”
갖가지 웃음소리로 한껏 마음이 풀어질 즈음 영랑씨가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방귀쟁이 며느리’라는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영랑씨의 읽어주기가 끝나자 할머니 한 분이 옛 생각이 났는지 이야기를 꺼낸다.
“방귀만 못 뀌었간디? 구르무 한 번 발라본 적이 없어. 신랑이 사다준 구르무를 시누이가 칵 깩시드래. 그 시누이는 일찍 죽었어. 시어머니는 있는 수발 없는 수발 다 받고 구십이 넘어 돌아가셨는데 막상 돌아가시니까 구박 받은 거는 생각이 안 나고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더라고...”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여기저기서 고되었던 시집살이 얘기가 흘러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됩니다. 자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함께 안마하고 노래하고 웃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셔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환청이 들리는 환우가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어느 날 ‘선생님 웃음소리가 하도 시원해서 그 소리가 집에 가서도 들려요. 환청이 바뀌었어요.” 하더란다. 무엇보다 이웃과 쌓인 감정을 털어내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영랑씨의 강의에는 옆 사람과, 이웃과 소통하는 과정이 빠지지 않는다.
최영랑씨는 웃음치료사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레크리에이션 전문가이다. 봉사를 위해 찾아간 정신병원에서 음악과 레크리에이션을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음악치료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제 웃음과 접목하여 지금의 웃음치료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안과는 2008년 부안보건소 내 정신건강센터 치료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부안복지관의 이동복지 프로그램에서는 웃음치료 강사로, 부안교육문화회관에서는 기타교실강사로, 아이들에게는 책읽어주는 활동가이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용서하고 감사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마음속에 맺혀 있던 절망, 아픔을 쏟아내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2년 전부터는 어린이도서연구회 김제지회 회원들과 함께 청소년 책읽어주기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중, 고등학생들이 한 달에 두 번 만나서 책이야기를 하고 요양병원에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책읽어주기 활동을 통해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진정한 소통의 현장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 하다고 한다.
오늘은 김제 월촌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에게 “멀쩡한 이유정”(유은실-푸른숲) 이란 책 속의 단편 “할아버지의 숙제”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주정뱅이 할아버지와 노름꾼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이야기가 담긴 동화인데 읽어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느라 바쁘다
“우리 아빠는요 개 까페를 운영해요”
“우리 아빠는요 술담배를 너무 많이 좋아해요”“
“우리 아빠는요~제가 학원을 여러 군데를 마치고 집에 가면 ‘어이구 우리 딸내미 애썻네’ 하며 이야기 해주세요”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낸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놀고 끝나는 잔치가 아니라, 깨어지는 가정을 회복시키는, 관계회복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웃어 봅시다’ 하면 ‘힘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웃어요’라며 되물어요. 웃기 힘든 세상이긴 하지요. 테러나 메르스 같은 위험요소들이 사람들이 만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사람 인(人)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이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을 더 가지게 하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세상이 온통 힘든 일 뿐이지요. ‘그러니까 감사하고, 그러면서 감사하고, 그럼에도 감사하고, 그럴수록 감사하고’ 이런 마음이 필요해요 그러면, ‘그러니까 기쁘고, 그러면서 기쁘고, 그럼에도 기쁘고, 그럴수록 기쁜’ 삶이 될 거라 믿습니다.”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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