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현황에 관한 무딘 질문에 장황한 답변
행정오류나 과실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어
행정감사는 군정질문과 분명히 차별되어야

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부안군의회는 19일 부안군청 기획감사실을 시작으로 제268차 정례회 1일차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했으나, 지지부진한 질문과 장황한 답변으로 일관해 의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비판은 행정사무감사가 군정질문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기획감사실과 주민행복지원실, 자치행정과 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국도비 확보현황에 대해 질의하며 국비를 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거나, 노인복지나 아동학대의 일반현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방지책을 주문하는 등, 군정질문과 차별화되지 않은 질문을 여과 없이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박병래 의원이 기회감사실에서 제출한 불용예산 현황 자료를 문제 삼으며 “공무원 스터디그룹 운영비가 절반 이상 불용됐는데 왜 이 부분은 빠졌나. 고의 아닌가”라고 추궁해 이현주 기획감사실장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를 이끌어 낸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이처럼 행정감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하자 오세웅 위원장이 “질문과 답변을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자 오 위원장이 질의를 잠시 끊고 “행정감사는 행정사무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 시정요구나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책 제안이나 대안 제시 등은 군정질문 때 해 달라”고 재차 요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행정사무감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이유로 우선 의원들의 준비가 충분치 못 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집행부로부터 제출받은 방대한 자료와 현장 사례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검토해 감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원들이 이번 감사에 대비해 집행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335건으로 이를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으로 환산하면 무려 6권에 이른다. 과연 의원들이 이 자료를 다 숙독했는지 조차 의문스럽다는 것이 의회 주변의 반응이다.
아울러 의원들이 보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부안군의회는 의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국내외 연수와 연찬회, 세미나 등 다양한 기회를 가졌지만 군민들이 보기에 괄목할 만한 수준향상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는 조심스러운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군수나 부군수에 대한 질문이 일체 없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집행부 조직의 정점에서 가장 깊숙한 정보를 가진데다, 엄연히 선서를 하고 증인석에 앉은 만큼 실과소장이 답변할 수 없는 주요 핵심정책에 관한 질의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엽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의원들이 질의에 앞서 “공무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거나 “감사 준비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등의 격려성 발언은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장에 출석하는 공무원은 증인의 신분이고 위증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까지 한만큼, 예의는 갖추되 철저하게 공적인 관계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감사 1일차에 접어드는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른바 ‘송곳’의 출현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 감사장 주변의 반응이다. 현장을 샅샅이 누비고 자료를 깊이 분석해서 행정 오류나 과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 시정을 요구하는 행감 스타의 출연을 군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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