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50만원씩 60명…총 2억1000만원
“방학기간 수도권 기숙학원에 보내겠다”
 매년 군비 35억씩 장학재단에 출연 계획

부안군이 군민의 세금으로 관내 일부 고교생의 수도권 유학 학원비를 지원겠다고 밝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부안군청 김영섭 자치행정과장은 지난 9일 열린 부안군의회 의원간담회에 출석해, 내년부터 매년 군비 2억1000만원씩을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 출연해 관내 일부 고교생이 방학기간 중 수도권 ‘명문’ 기숙형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고교 1학년 30명과 2학년 30명 등 성적순으로 선발되는 60명이며, 지원금액은 1인당 35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오세웅 의원은 “군비 출연금은 장학재단 지원 조례에 의해 집행되지만 (학원비 지원) 비용은 일반 예산에서 나가는 것 아닌가?”라며 “지원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목적을 정해 출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학재단에서 집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행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일선 학교 현장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관내 고교의 한 교사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고 폄하하면서 “이런 정책은 무엇보다 학교 현장을 파괴하고 우리 지역 교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공무원들이 학교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교육 관련 공무원들이 교사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공무원들은 툭 하면 우리 지역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교육환경을 끌어올리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지 공교육을 무력화 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데 예산을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그 돈으로 그런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을 선진 지자체에 보내 사교육을 받게 하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부안교육지원청 고위관계자 역시 “(장학금의 사교육비 지원은) 전북교육청에서도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지원하는 것 보다 지역에 정착한 평범한 학생들이나 어려운 학생들이 자립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렇게 하는 게 장학재단의 설립 취지와도 일치한다”며 재단운영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민 김아무개씨(여. 44)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꾸려가는 고교생들을 많이 봤다. 이들이 돈 걱정 없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학재단의 역할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요즘 부안군의 정책이 점점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있는데, 눈치만 보며 침묵하고 있는 군민들도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부안군은 향후 3년 동안 매년 군비 35억을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 출연하고, 2019년 이후에 총 59억8300만원을 더 출연하겠다며 의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임기태 의장은 “부안군 자체 수입이 350억원 가량 되는데 매년 35억이면 10%에 해당하는 큰 금액으로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출연금에 대해 상한선을 두는 쪽으로 장학재단 지원 조례를 개정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나누미근농장학재단의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투명한 운영을 하겠다며 개설한 재단 홈페이지에는 이사진의 이름이 익명처리 돼 있고 후원자나 후원금액도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근 정읍이나 김제가 이사진과 후원자, 후원액수까지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운영방식이다.
심지어 본지가 취재를 위해 해당부서 담당 팀장에게 장학재단의 정관 열람을 요구했으나, 정관 공개조차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거절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경로로 입수한 정관에는 이런 내용은 없었다.
취재가 시작된 뒤 얼마 후 해당 실무자가 본지로 연락을 해 와 “후원자의 이름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불가능하지만, 정관과 이사진, 후원액수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놔 향후 운영상의 변화를 예고했다. 부안군 나누미근농장학재단은 2006년부터 589명의 학생에게 7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군비 출연액은 7억5000만원이며, 현재 총 1657명의 후원회원이 매달 2098만8000원을 자동이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