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줄기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방조제 앞 바다 살릴 수 있습니다”

처음 전화 통화를 할 때부터 좀 흥분한 기색이 있었다. 새만금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되돌릴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글로 정리할 수는 없고, 말을 할 테니 들어보고 판단해 보라고 했다.
- 소개부터 좀 하시죠? 바다에 대해서는 잘 아시나요?
“할아버지 때부터 어살 어업을 했어요. 아버지도 계속 하셨고, 나는 잠시 20대 때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내려와서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 반 어업 반 해왔습니다. 어려서부터 바다와 갯벌을 봐왔고, 학교는 많이 안다녔지만 나름 갯벌에 대해서는 많이 연구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셨어요?
“계화도 간척 후에 계화도가 변하는 것을 생생하게 봤거든요. 어살 어업을 했었는데 계화도를 막아서 물길을 돌려놓기 전에는 최고급 어종인 민어 농어 등이 가득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산란지였던 동진강 만경강 하류는 어족 자원의 보고였었지요. 그런데 계화도 간척을 하고 동진강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그 때부터 물고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걸 생생하게 봐 왔기 때문에 이거 최고의 보물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고 반대했었지요.”
- 하지만 새만금은 이미 막혔고, 이제 되돌릴 길은 없어 보입니다.
“과거처럼 되돌릴 길은 없습니다.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수유통이라는 방식도 유용하지만, 그 보다 근본적으로 개발방식을 바꿔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강 옆으로 방조제인 8미터 보다 낮은 6미터 정도 높이로 둑을 쌓고, 방조제 옆으로 1km 정도의 다리를 건설해서 강물이 자연스럽게 바다에 흐르게 하면 방조제 밖의 바다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설명이 좀 복잡해 보였다. 지도를 그리고, 방조제 단면도를 그려가면서 내부의 뚝이 굳이 방조제만큼 높지 않아도 되는 이유 등을 설명했으나 공학적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열정이었다. 계화도 주변과 강을, 바다를 살아있게 유지하고 싶다는 열정만은 가득해 보였다.
- 그러니까 요약하면 강을 살리자는 것인가요? 강을 밑에서 막아서 호수로 만들지 말고, 바다와 잘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맞아요. 이미 새만금 방조제 내부의 갯벌 많은 부분은 개발해서 육지로 쓰려면 쓰라 이거예요. 다만 새로운 활로는 열어놔야 할 것 아닌가요? 갯벌이 형성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그것을 고려한 개발을 해야 한다

 


이거지요. 계화도 막기 전에 가력도 앞 수심이 45미터 였어요. 새만금 공사할 때 그 앞의 수심이 3미터였답니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은 갯벌이 쌓여버린 것이지요. 물길이 바뀌면 그렇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핵심이 강줄기입니다. 강줄기가 열려 있으면 갯벌이 형성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죽음의 갯벌이 아니라 살아있는 갯벌이 강줄기의 물살에 따라 형성됩니다.”
- 격포의 어민들이 물고기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탄하던데, 이런 방식이면 그걸 개선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지금 방식으로 개발하면 새만금 안쪽도 다 죽고, 그 밖도 다 죽어요. 몇 십년은 죽음의 바다가 될 것입니다. 강줄기가 막혀 버렸다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이 강줄기를 살리는 방식으로 개발을 하면 간척지는 간척지대로 개발하고, 주변 강과 바다는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제가 갯벌을 엄청 연구했습니다. 정말 갑갑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없이 개발을 하고 있는지...”
목소리는 흥분돼서 방안을 쩌렁거렸고, 자신이 갯벌을 얼마나 잘 아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시작한 바지락 대합 이야기는 자세하고 실감났다. 그런데 그나 취재하는 나나 학술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결론을 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결국 가슴 한켠에 짠하게 울리는 느낌만 남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하고 있는 새만금에 대해서 아직도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넓디넓은 삶의 터전인 갯벌을 잃었으되, 그것으로 자포자기하지 말고, 강줄기를 죽이는 만행만이라도 막아내자는 그의 주장은 헛된 주장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안에서 찬찬히 새만금 개발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분들과 연대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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