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하다보면 쉼표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 박자나 반 박자를 쉬는 음표를 정확히 보고 노래해야 음정을 놓치지 않고 원래 악보대로 음악성을 살려 노래할 수 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이 과정을 정확하게 지키며 노래를 한다. 또한 도로위의 신호등은 차와 보행자들의 질서를 지켜주며 생명단축과 사고를 막아준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뒤 전후도 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는 삶이 최고의 삶인 것처럼 말할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놓치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일을 진행하게 된다. 원칙과 질서를 지켜야 하고 바쁨보다는 삶의 여유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이가 들면서 깊이 깨닫는 것 같다.
바쁘게 살다가도 빛바랜 사진첩을 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해 보기도 하며, 지인들과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가족들과 잠시 바쁜 일상을 접어두고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지혜롭고 의미 있게 사는 모습일 것이다.
몇 분 빨리 가기위해 과속을 한다거나 몇 분 빨리 가기 위해 앞서있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새치기 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바쁘면 바쁠수록 또한 성급한 마음이 들수록 숨을 크게 들이쉬고 여유를 갖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급속한 산업화의 경제속도와 함께 바쁜 것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바쁘다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화를 자주 내고 때로는 신체상의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자주 든다. 바쁜 것이 그 사람의 성실성을 나타내는 측면이 될 수 있으나 목표나 목적이 없는 단순한 바쁨은 일을 그르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일상생활의 업무 중에 바쁘게 서두르는 고객을 대할 때마다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장면이 병원의 응급실이다. 촌각을 다투며 삶과 죽임이 왔다 갔다 하는 응급실을 갔을 때 깨달은 것은 저마다 급한 사정을 갖고 응급실을 찾았지만 응급실의 의사가 환자를 볼 때 도착한 순서나 응급상황의 중요도에 따라 진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의 아내가 위독한 상황이 되어서 1차 진료기관을 거쳐 비상등을 켜고 사정없이 도로를 달려 대학병원에 도착하였지만 병원에서는 2시간을 기다리며 접수, 각종검사 등 진료절차를 밟은 후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급한 상황이라 여겼지만 병원의 진료절차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응급실에서도 2시간을 기다렸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어떠하던가?
바쁜 상황도 아닌데 볼일을 보러 와서는 전화하면서 바쁘다고 하고, 재촉하는 사이에 지인이 오면 담소를 나누며 심지어는 커피까지 드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저분이 바빴던 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요사이 한문을 배우는 기쁨을 맛보고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입장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가 생길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화를 자주 내고 그 과정 속에 서로간의 감정에 골이 생겨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인간은 사회공동체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림을 통해 살아가야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한다.
2015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나부터가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통해 자연을 깊이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운을 만끽하며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한 송이의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되며 풀의 향기를 통해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이 가을의 시인이 되고자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어울림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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