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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이 아닌 평화를 가르쳐야
  • 김희정(변산공동체학교 교장)
  • 승인 2015.10.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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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교육을 받아야 할까? 살기 위해서다. 아시다시피 다른 모든 생명체들은 살기 위해서 따로 교육을 받지 않는다. 그저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유전 본능에 따라 사냥을 하고 먹이를 먹고, 열매를 맺으면서 생명을 이어나간다. 그렇지만 사람은 불행하게도 그런 본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교육은 시작된다. 아니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교육이 시작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 조금 자라면 걸음마를 배워야 하고,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더 크면 말을 배워야 하고, 글을 읽혀야 한다. 그리고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가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읽혀야 한다. 함께 어울려 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금처럼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 자연이 주는 온갖 어려움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것을 여럿이 힘을 모아 이겨냈기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무인도에서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반대로 아무리 부족한 게 많은 사람도 여럿이 함께 모여 살면 살아남을 수 있다.
제 앞가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어렸을 때부터 부지런히 몸을 놀리면서 익혀야 한다.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조상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살았다. 먹을 것을 직접 농사지어 마련했고, 몸을 감싸 줄 옷을 지어 입었고, 잠 잘 곳을 스스로 마련해서 살았다. 이 모든 일들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했다. 우리들이 그토록 꿈꾸던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도시가 농촌마을보다 커지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하나, 둘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을 마련하는 것이 내 힘이 아니라 모두 돈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스스로 제 앞가림할 힘을 길러주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교육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교육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죽이는 교육이 되어버렸다.
요즘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야기다. 정부 여당으로부터 시작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철저하게 둘로 갈라놓고 있다. 한편은 보수 우익으로 한편은 좌편향으로.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내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의 말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국정교과서 논란을 역사전쟁이라고 말하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참 무서운 사람들이다.
전쟁이 무엇인가? 이기기 위해,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비극 중의 비극이다.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전쟁을 겪어 왔다. 전쟁을 하는 이유도 참 많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악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전쟁터로, 자기네 공장으로 끌고 가서 노예처럼 부려먹으면서도 내세운 논리는 조선의 근대화였다. 박정희, 전두환이 총과 탱크를 앞세워 권력의 자리에 올라 아무 죄도 없는 국민들을 죽이고, 폭력으로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은 것도 다 나라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남는 것은 늘 비참함뿐이었다. 전쟁으로 평화가 싹튼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 인류가 걸어 온 역사다.
이번에 역사전쟁을 일으킨 정부 여당도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글쎄 정부여당의 뜻대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의 역사관이 갑자기 바뀌는 것일까? 그저 하루하루 조선시대 임금 이름 외우기 바쁘고, 우리나라 초대대통령이 누구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내세운 정책 외우기 바쁜 시간에.
어림도 없는 소리다. 역사교육은 달달달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이들도 알고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려면 지금처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외우는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우리 인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공부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일본은 왜 우리나라를 총과 칼로 침략했는지, 일본의 식민지 백성으로 살면서 우리 선조들은 어떤 고난을 당하며 살았는지,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동조하고 앞장서서 선전하면서 편안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그리고 그이들이 해방되고 나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앞으로 두 번 다시 우리 민족이 남의 나라 식민지 백성으로 살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나라에서 정해 준 단 하나의 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학자들의 논리를 배우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만이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불행하게 아이들에게 전쟁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이기지 않으면 죽는 전쟁을 말이다. 정부, 여당이 이번 역사전쟁에서 이기려면 스스로 자신들이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그런 용기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일본이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김희정(변산공동체학교 교장)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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