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안상설시장 안에 생긴 까페 시장안(see場安)에 가면 부안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젊은 사람’
고등학교만 마치면 진학이다 취업이다 전주로 서울로 부안을 탈출하기 바쁜 스무살 시절에 고향에서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꾸려가고 있는 이상희(19)양은 풋내기 바리스타다. 지난 2월 부안여고를 졸업하고 전주에 있는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딴 뒤 상설시장 상인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이 까페에 첫 발을 들였다. 학원비는 고용노동부가 시행중인 ‘취업성공패키지’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전액을 지원받았다.
대뜸 왜 남들 다가는 대학을 안 갔냐고 몰상식하게 묻자, “꼭 필요한지 모르겠어서”라는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언제부턴가 대학이 꼭 필요한지 어떤지조차 깊이 생각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세태라 그녀의 상식적인 대답은 외려 신선하다. 나중에라도 혹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면 그때 진학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인다.
상희양은 바리스타를 한마디로 커피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원두라는 게 원래는 초록콩인데 이걸 알맞은 온도로 일정 시간 동안 볶으면 진한 갈색이 된다고. 그리고 그라인더로 갈아서 탬핑을 한 뒤에 물을 붓고 추출하면 끝. 탬핑은 커피가루를 기계로 눌러 면적을 늘리는 작업인데 그래야 물이 골고루 닿아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첫 직업으로 바리스타를 선택한 이유는 “재미있을 거 같아서”다. 역시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그리고 실제로 까페 일이 재미있고 편하단다. 오전 12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 월급도 생각보다는 쏠쏠하다는 귀뜸이다. 하지만 바리스타를 평생 직업으로 할 생각은 아직 없다. 뭐 나중에 제대로 꽂히면 평생 할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는 초조함이 없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삶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그래서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챌 나이는 아닌 듯싶고, 그저 천성이 느긋한가보다.
돈을 벌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한다. 너른 세상을 쏘다니며 이것저것 경험을 쌓고 싶다고. 그리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는 우선 네일아트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인터넷을 보면서 따라 해봤는데 역시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배워 볼 생각이다. 또 요리도 배우고 싶고 제빵 제과도 배우고 싶단다.
첫 월급을 타면 우선 뚝 떼어 저축부터 하고 엄마에게 매달 용돈도 드릴 생각이다. 요즘은 나이 마흔 된 등골브레이커도 있다는데 그에 비하면 상희 어머니는 정말 복 받았다. 퇴근하면 집에 가서 밥을 짓고 청소도 하는 착한 딸이다.
젊은이가 보는 부안이 궁금했다. “정말 사람이 너무 없어요.” 한 마디로 부안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근원을 딱 짚어낸다. 밤 10시만 되도 거리가 썰렁한

 

게 전주나 다른 대도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느낌이란다. 그래서 또래의 친구들이 졸업만 하면 대거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도 이해가 된다. “부안에 있으면 취직할 데도 없고 할 것도 없고 놀 것도 없거든요.” 실제 고교 졸업생 가운데 한 반에 1~2명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부안을 등지는 바람에 퇴근 후에 만날 동창도 남아있지 않다.
고향에 정착하려는 젊은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없을까. 나누미근농장학금을 상희양처럼 지역에 정착한 젊은이에게 지원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대학생들한테 지원하는 거 괜찮다고 봐요.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학자금 대출받아서 다니는 사람도 많다던데요. 그리고 나중에 그 빚 갚으려고 되게 힘들어 한대요.” 정말? 손해 보는 느낌은 없고? “그런 거 없는데요.” 역시 간결한 대답 너머 마주 보는 눈빛에 흔들림이 없다.
내친 김에 젊은이로서 지역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부담 좀 되라고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깔끔하게 부담 없다. 한 걸음 더 나간다. 앞으로 고교를 졸업할 수많은 후배들이 지역에 많이 정착하도록 하려면? “정착하면 좋긴 하겠지만, 뭔가 더 배우고 경험할 것이 있다면 넓은 세상에 나가 마음껏 배우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여건도 만들어주지 않고 젊은이들이 무조건 고향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맹목적인 욕심을 버리라는 질타로 들린다. 그래도 저런 청년은 잡아두고 싶다. 욕심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정책이 오늘따라 부럽고, 그만큼 우리 고장 청년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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