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1일 주민투표 예정

   
▲ 영덕시민의 반핵집회 모습

10월 9일 연휴 기간 동안 경북 영덕을 다녀왔습니다.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되어,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영덕 대게의 고장’입니다. 농사짓고,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고기를 잡고, 가을이면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파는 동해안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입니다.
마침 이날은 영덕과 함께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지정되었던 ‘삼척 주민투표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삼척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탈핵을 공약으로 내 건 무소속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키고, 독자적인 주민투표를 통하여 지역 주민의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오는 11월 11일 주민투표 예정

   
▲ 서울, 부산, 대구, 삼척, 밀양 등에서 모인 탄핵희망버스 참가자 300여명이 영덕군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후보 부지는 영덕읍 노물리 일대입니다. 동네 이름은 석리(石理)입니다. 이름 그대로 마을 어귀에 채석장이 있었습니다. 바닷가 마을로 위치상으로는 신규 핵발전소 부지뿐만 아니라, 정부와 핵산업계의 ‘발등에 불 떨어진’ 사안인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으로 적합하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맞은 편 산에는 해맞이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날개 길이만 40m, 높이 80m의 풍력발전기 24개가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풍력발전단지와 핵발전소가 마주한다니.
정부는 영덕 주민 중 고작 300여 명의 동의서를 근거로 신규 핵발전소 부지 지정을 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다수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겁니다. 평화로운 이 고장에 공공성과 책임으로부터 너무나도 자유로운(?) 무능한 정부와 정치인들, 핵마피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신규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합니다.
영덕주민들은 군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장과 주민투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한쪽에 주민들이 반납한 쌀이 쌓여 있습니다. (주)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난 추석에 선심용으로 주민들에게 돌린 쌀입니다.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한 짓거리들이라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결국 주민들은 ‘영덕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찬/반 주민투표를 통하여 민심을 확인하기로 하였습니다. 2004년 부안 주민투표가 있은 지 10여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동해안 일대에는 핵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되짚어보면 영덕은 89년 핵폐기장 부지지정 이후 매번 핵 관련 시설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2002년 영덕, 울진, 영광, 고창 핵폐기장 예비후보지 지정과 2005년 경주, 군산, 영덕, 포항 중저준위 핵폐기장 주민투표까지 벌써 27년의 세월을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지역 갈등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지역의 민심은 흉흉하기 이를 데 없어지고, 반목과 갈등도 심각합니다.
메밀축제가 한창인 창수면을 들렀습니다. 한쪽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주민대표를 만났습니다. 군의원을 지내셨던 분입니다. 머리와 수염을 더부룩하게 기르셨더군요. ‘주민투표가 성사될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야겠다’고 하시는 순박한 얼굴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무슨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지, 두 손만 꼭 잡아 드렸습니다.
밤에는 강구면 주민교육에 함께 했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이신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님과 동행하였습니다. 수준급의 통기타 실력과 노래를 좋아하는 점잖은 분을 탈핵 전도사로, 분노의 투사로 만든 작금의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 시위대와 전경의 대치 모습
이튿날 주민투표를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영덕 탈핵 희망버스’로 전국에서 130여 명의 동지들이 찾아왔습니다. 간단한 집회를 마치고, 지역을 나눠 주민투표 명부작성을 위해 마을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영덕 주민들과 함께 저녁까지 동네를 돌며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주민투표를 설명하였습니다.
저녁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당일 1,700여명의 주민을 만나 명부작성을 하였다고 합니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믿고 의지하는 민주주의 학교가 따로 없습니다.
21일부터 영덕군의회 의장이 주민투표 지지선언을 하고 단식농성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주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현장은 부안에서 삼척, 영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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