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뚱뚱한 사람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조사를 시행해본결과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1)나태해 보인다 2)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3)자기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였다. 물론 이러한 대답들은 특별한 근거도 없이 어느새 우리들의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은 편견임에 분명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 포유류들의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 그리고 큰 엉덩이는 진화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량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차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이런 성적 관능미의 추구는 철저히 황금만능주의의 결과물이다. 최근 ‘스쿨룩스’라는 학생복메이커는 우리 아이들의 몸까지도 ‘쉐딩 스커트, 코르셋 재킷’운운하며 성적매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광고를 내보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와 함께 자진 회수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인기 걸 그룹 멤버들의 몸매를 목표로 아이들이 따라 하다가는 저체중, 생리불순, 결핵, 빈혈, 면역력저하, 거식증 같은 질병이 성장기의 우리 아이들을 위협할 것이다.
최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비만에 대한 기준이 다른 의료선진국들에 비해서 너무나 엄격해서 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국가나 사회가 비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수명과 직접적으로 가장 큰 연관관계를 가지는 것은 심폐기능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깨끗한 공기를 폐로 들어 마시고 몸 안에 들어온 산소를 튼튼한 심장이 신체 구석구석에 있는 각각의 장기로 잘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과체중자와 비만의 경우 관절염, 당뇨, 거동불편을 제외한 기대수명, 불임, 동맥경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우울증, 근육약화와 골절, 골다공증 같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저체중자와의 비교에서 뿐만 아니라 정상체중자와의 비교에서도 훨씬 발병의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체중에 따른 기대수명이 저체중자<고도비만자<정상체중<과체중<비만의 순으로 크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저체중자가 가장 사망위험도가 가장 높고 비만인 자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생리적인 이론은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되는 “코티솔”이라는 호르몬과 이에 우리의 신체가 적응하는 관계에서 비만인자가 갑작스런 심근경색의 발생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훨씬 적응을 잘 하게끔 몸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위험한 경우는 사지는 마른 체형이면서도 배만 나온 일명 “거미형체형”이다. 이러한 체형은 지방의 분포와 축적이 내장에 집중되어 동맥의 손상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스트레스 환경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엄청난 고도비만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운동을 한 경우 체지방의 분포가 내장에 집중되지 않고 피하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체질량지수(BMI)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이라는 기준을 25~30은 과체중, 30~35를 비만으로 바꾸자는 주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기준은 허리둘레지수이며 이것을 건강이상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 술과 설탕 같은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제약, 의료계를 포함한 다이어트산업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통념이 나를 날씬한 인간으로 강제화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의 몸뚱이(?)’를 저주하지 말고 통통한 나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무게 중심을 잘 잡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독자여러분도 나의 허리둘레 지수를 측정해서 비만여부를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허리둘레지수 = 허리둘레 cm / 키 cm. 여성의 겨우 0.48이면 비만. 남성의 경우 0.53이면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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