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함이 상당히 길군요.
“처음 이름은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였어요. 김승환 교육감이 당선된 후에 의욕적으로 혁신학교 사업을 해보려고 예산안을 편성해서 전북도의회에 제출했는데, 보수적인 교육위원들이 전액 삭감해 버렸죠. 그래서 혁신학교에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교육감을 응원하고,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하도록 돕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조직한 조직이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였죠. 근데 이제 ‘혁신학교’ 사업이 많은 성과를 내면서 학교 교육 전반에 그 성과를 퍼뜨려야 하는 시점이 됐어요. 혁신이 혁신학교 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거죠. 그래서 모든 학교를 혁신해야 한다고 해서, 교육 혁신과 학교 혁신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학부모들이 모일 수 있는 모임으로 개편하고 ‘학교혁신’ 학부모네트워크가 된 것입니다.”
- 성과가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일반 군민들에게까지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산되지는 않은 것 아닌가요? 교육 여건은 바뀐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요.
“이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요. 교육 혁신에 있어서 제일 큰 고비 중에 하나가 바로 학부모 혁신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학생들은 아직 결정권이 많지 않구요. 선생님들도 뭔가 바꿔보려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요. 학부모들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더 없는 상황입니다. 관심있는 학부모들은 대개 혼자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쉬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학부모들의 변화가 관건이 될 것같습니다. 학부모들이 바뀐다면 점차 실감을 더 할 수 있을 것이구요. 실제 혁신학교를 들여다 보면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 학교 혁신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바뀐 게 있다면 뭘까요?
“어떤 장학사님에게 들었던 이야기 즉, ‘중요한 것은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력’이라는 말을 정확히 받아들이게 됐다는 겁니다. 교육의 본질이 결국 ‘자립’인 것 같아요. 애들을 교육시켜서 내보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신있게 내 보내려면 스스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결국 경쟁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시험 잘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시험을 ‘스스로’ 준비해서 잘 보는 게 더 중요한 거죠. ‘스스로’ 준비할 줄 알면, 오늘 좀 떨어지더라도 낼은 잘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시험’에만 매달리면 ‘스스로 할 줄 아는 능력’은 간과하는 것이죠.”
- 맞는 말 같아요. 사는 것으로 하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고, 공부로 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말할 수도 있겠네요. 원래 성인(成人)이 된다는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너무 괴물 취급을 해요. 현재 물정을 너무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죠. 근데 사실 내가 물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시대적인 관성에 젖어 사는 것 아닌가요? 저는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 봤는데 그것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좋은 프로그램 많이 찾아보면 좋을 것같아요.”
자녀 교육에 진지한 이승구씨는 재미있는 노하우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애들 용돈은 3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어디에 쓰든 상관하지 않지만 용처를 용돈 기입장에 기입해서 나중에 스스로 조절해서 쓸 수 있는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의식주에 필수적인 것은 제공하지만 기호적인 것은 그 비용의 반만 제공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신발이 낡아서 못 신게 되면 부모가 사주지만 멋으로 새로운 신발을 사려고 하면 그 비용의 반만 부담한다고 한다. TV도 없는데, 아무것도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보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보고 싶은 것은 인터넷으로 본다고 한다. 의지력을 키우고, 시간 조절 능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같다. 그 외에도 되도록 판단은 본인이 하고, 부모는 조력자의 위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 자녀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부모들 스스로의 인생도 많이 되돌아보게 되지 않나요?
“교육을 고민하면서 얻은 큰 소득은 부모님과의 관계예요. 자식을 나아 길러보기 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죠. 애들을 통해서 나의 과거를 다시 보게 되고, 그 속에서 부모님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픈 과거를 원망하기 보다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같아요.”
돌아서 돌아오는 내 머리 속에 이런 말이 맴돌았다. ‘모든 교육은 일방적이지 않대요. 그래서 선생님들도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을 사용하잖아요. 우리 부모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애들 키우면서 우리도 인생을 배우는 것같네요. 참 좋은 혁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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