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친환경 농산물 체험을 위한 메뚜기 잡기 축제행사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 그리운 추억 가운데 하나가 가을철 벼가 익을 무렵에 메뚜기를 잡으며 노는 것이었다. 또한 메뚜기 요리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잡은 메뚜기는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메뚜기 요리를 자주 만들어주셨다. 시장에서 말린 메뚜기를 사오시면, 나는 날개와 다리를 떼어내 다듬는 것을 도와드렸다. 이렇게 다듬은 메뚜기를 기름에 볶아 설탕을 뿌리면 바삭하고 달달한 고기 요리로 변신하여 우리 가족의 인기메뉴가 되었다. 성장기에 있던 나와 형제들에게 메뚜기는 질 좋은 단백질 급원이었을 것이다.
  또 기억나는 추억의 음식은 번데기인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번데기 통조림을 발견하고는 바로 구입하여 도시락 반찬으로 먹었는데, 어릴 적 먹었던 그 맛이었다. 그러나 내 주위에 있던 친구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어머니는 생선요리를 자주 만들어 주셨는데, 그 덕분에 겨울철 시원한 맛의 동태찌개를 비롯하여 고등어조림, 꽁치조림, 갈치구이 등 생선요리를 성장기 내내 맛있게 먹으며 자랐다. 그 시절의 갈치는 흔하고 값이 저렴하여 국민생선이었는데, 지금은 값비싼 귀한 생선이 되었다. 어머니는 조그만 텃밭도 가꾸시면서 온갖 채소로 여러 가지 나물 반찬도 맛있게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였는데, 전공과목을 공부하기 이전부터도 거의 편식하는 일이 없었다.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온갖 채소, 심지어 쓴맛이 나는 씀바귀까지도 맛있게 먹는다. 모든 종류의 생선과 과일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모두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골고루 해주신 음식을 먹고 자란 덕분일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이제는 우리나라도 잘 살게 되어 풍족한 식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의 홍수 속에 우리 국민들은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하여 영양불균형 문제로 인한 질병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어린이들도 이런 변화된 식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 채소나 생선, 과일 등 자연식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또한 부안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의 센터장으로서 부안군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묘책! 그것은 바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추억의 맛을 심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메뚜기를 먹어보지 못했다면 아마도 지금은 못 먹을 것 같다.
  산 좋고 물 좋은 우리 부안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자연 식재료로 만든 소중한 음식으로 부안의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추억의 맛을 만들어 주자. 바쁜 생활로 음식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도 우리 어린이들이 가공식품보다는 알록달록 채소요리와 제철의 풍부한 과일, 싱싱한 생선 요리를 마음껏 먹고 편식하지 않도록 우리가 힘써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처럼 우리 부안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자주 먹었던 건강밥상을 평생 추억의 음식으로 그리워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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