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한 독자께서 편집국으로 원고를 보내오셨습니다. 최근 ‘공무원의 일괄하도급 강요’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습니다. 본지는 익명의 투고를 두고 게재여부를 심사숙고한 결과, 일단 원고의 내용이 매우 상식적인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 공직윤리에 대한 논의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점, 아울러 지역에서 실명 게재시 불이익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독자의 요구대로 익명으로 싣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 말

“군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김종규 군수가 취임한 지 겨우 1년 남짓 지났다.
최근, 도내 각 언론들은 부안군청의 한 간부가 줄포만 해안체험탐방도로(곰소-줄포) 공사를 수주한 모 건설업체 사장에게 일괄하도급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는 양심적인 탐사보도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전국단위매체인 노컷뉴스까지 가세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업체 사장은 부안군청의 A과장으로부터 “퉁칠 것, 즉 모든 공사를 특정 업체에 일괄하도급으로 넘겨줄 것”을 수차례 요구받았다. 일괄하도급은 불법이다. 심지어 A과장은 특정 업체의 지명원과 명함까지 건넸다. 지명원이란 시공업체로 선정받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를 말한다.
A과장은 자신이 지명원을 건넨 게 사실이며, 단지 “한 번 검토해 달라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점입가경인 것은, 언론이 사태의 배후에 김종규 군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군청 비서실이 보였다는 반응이다. “업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군수님이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다. 강요를 했든, 검토를 부탁했든, 공무원이 특정업체의 지명원을 건넨 행위 자체가 이미 공직의 본분을 벗어난 짓이다. 언제부터 부안군청 간부가 건설업체의 영업사원이 됐는가?
자체감사든 외부감사든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 사직당국에 고발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언론보도에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니? 부안군수의 공직윤리는 이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는가?
700여 공무원의 수장으로서 A과장에게 가장 화를 내야 할 사람은 김종규 군수인데, 그는 정작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니 나 같은 상식적인 군민은 김 군수의 태도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건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용납할 수 없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민선 3기 때는 방폐장사건으로 군정이 마비가 됐었고, 민선 4기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가 구속됐으며, 민선 5기에는 직권남용으로 끝내 사람이 죽고 군수는 쇠고랑을 찼다. 그러고도 군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걸 지켜보았다.
군민은 언론의 의혹제기처럼 김 군수가 배후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부안의 공직사회가 거듭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기회를 살릴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 군수다.
김 군수는 지금 당장 A과장을 직위해제하고,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감사를 지시해야 한다. 감사 결과 위법의 소지가 확인되면 즉각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일벌백계로 삼아 공무원의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만일 A과장에게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그 자신이 수사과정에서, 또는 언론을 통해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다.
이것이 군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김종규 군수에게 주어진 책무요, 진실로 군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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