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한 정다운 마을에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하면서 이웃 간에 마찰을 빚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31일 부터 6일간 당뇨병 치료를 위해 김제 한솔내과에 입원했던 A씨(계화면. 87)는  이 병원이 김제의 확진환자가 경유한 병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안군 보건소에 의해 자가격리 됐다.
보건소의 지침을 잘 따르며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A씨는 14일의 격리기간이 지난 이후 오랜만에 마을 경로당에 나갔다가 주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들이 자신을 메르스 환자 취급하며 외면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 왕따를 시켰다는 것. 심지어 며칠 전부터는 경로당에 나오지 말아달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나는 그 병원에서 독방을 썼고 퇴원하는 날이 되서야 그 사람(확진자)이 잠깐 다녀갔다는데 무슨 병이 걸렸겠냐”며 “우리 집 앞에 앰블런스가 시도 때도 없이 왔다 가고 심지어 내가 죽었다는 소문까지 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내가 혈당이 높아 그렇지 감기도 안 걸렸다. 아들 딸 사위에 손주까지 내려와서 여러 날 있다 갔는데 그럼 내 자식들도 다 걸렸단 말이냐”면서 “이 동네에 38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분통이 터지기는 첨이다. 이게 다 신문에 낸 기자양반 때문이다”라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마을 주민들은 A씨를 동정하면서도 실제 병이 걸린 것인지 또는 다 치료된 것인지 알 수 없어 주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병원도 가지 말고 경로당에도 가지 말라고 성화를 해댄다”고 전하며 “A씨가 한 달이나 안 보이니 진짜 병이 걸렸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A씨가 불쌍해서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러고 나면 마을에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병 옮으려고 같이 있냐며 야단을 해댔다”면서 “A씨가 어디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확인서라도 받아왔더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보건지소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격리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 못했다”고 해명하며 “잠복기간이 끝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것이라 생각하고 굳이 격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모든 주민이 계신 자리에서 설명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결국 보건지소 직원과 면 직원이 나서서 주민과의 자리를 마련해 격리자는 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비롯해 격리기간 동안 아무 이상이 없으면 어울려도 무방하다는 점 등을 설명하고 A씨와 주민들을 화해시킴으로써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이제 전처럼 경로당 나가서 친구들 얘기도 듣고 심심하지도 않고 좋아” 본지와 통화를 하는 A씨의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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