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400여명 집결...“즉각 중지하라”
한해풍은 설명회 강행 시도...번번히 막혀
산 넘어 산...설명회 무산돼도 사업 가능해

부안 어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한국해상풍력(이하 한해풍)이 위도면과 부안읍에서 잇따라 개최하려던 주민설명회를 실력행사로 저지한 것이다.
지난 25일 2시 부안 컨벤션웨딩홀에서 개최된 한해풍의 서남해해상풍력실증단지개발사업 주민설명회에서 반대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400여명의 어민들은 집회를 열고 부안어민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해상풍력사업을 당장 중지하라며 원천봉쇄해 설명회가 무산됐다.
어민들은 또 설명회장에 부안 주민이 아닌 외지 사람이 다수 와 있다면 이들을 내보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한해풍 측은 외지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 극심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민들은 설명회가 무산된 뒤 성명을 발표하고 “부안 어업인들은 지선 어업인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대해 해양생태계 파괴, 어족자원 고갈 및 바다환경 오염 등을 가중시켜 어업인 생계에 위협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바 풍력단지 개발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허완석 반대대책위원장은 “계화간척지도 그렇도 새만금도 그렇고 부안 어민들은 지금까지 뺏기기만 해왔는데 또 바다를 내주면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없다”면서 “국책사업도 아니고 몇 개 기업이 모여서 돈 벌려고 하는 사업 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부안수협장도 “부안 바다가 총 3억5000만평인데 새만금과 신항만 등으로 1억5000만평을 뺏기고 2억만평 남짓 남았다. 해상풍력단지가 또 1억평을 잡아먹으면 우리 어민들은 배를 머리에 이고 있으라는 말인가”라며 “부안 바다는 어선이 1250척에 달할 정도로 세력이 강한 지역으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한 자원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날 설명회가 무산된 데 대해 한해풍 관계자는 “일단 설명회가 무산됐다는 공고를 한 뒤에 재개최 여부는 산자부와 협의를 해야 할 사항”라며 “최대한 주민의 의견을 들으며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지만 사업을 늦추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산자부의 실시계획 승인 신청 등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라고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앞서 24일 위도 면사무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역시 주민은 1명도 참여하지 않은 채 해상풍력과 한전, 기계제작업체 직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열려 요식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이번 주민설명회는 무산됐지만 어민들이 해상풍력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넘어야 산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안군이 한해풍에 시굴조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사업 시행이 주춤거리고는 있으나, 1978년 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르면 전원개발사업 인·허가 절차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의 승인'으로 대신하고 있어 정부의 승인만 떨어지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원개발사업 때 관련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사회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제기돼 왔다.
물론 전원개발촉진법은 사업자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주민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동법 시행령 제18조 ②항에 ‘설명회가 개최 방해 등의 사유로 개최되지 못하거나 개최는 되었으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설명회를 생략할 수 있다’며 모법의 규정을 무력화하는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전원개발촉진법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아직까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힘없는 농어민이 생계 터전을 잃고 사업의 부작용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적 모순을 정치권이 하루 바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부안 군민의 일치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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