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 깨끗하고 돈도 생기고 쓰레기 태우면 안돼요!

아침 출근길 상쾌한 공기를 즐기기 위해 차창문을 내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헉!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쑤~욱 하고 코끝을 자극하며 이내 기관지로 들어온다. 숨이 턱 막힌다. 얼마 전 출근길에 경험한 안 좋은 기억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 귀촌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으나 막상 농촌에서의 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 환경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농촌에 거주하며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주민들의 자부심도 이젠 옛말이 되어버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지에 콘크리트 구조물 공장을 하겠다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고(장동리), 액비생산시설을 하겠다며 돼지 똥을 퍼다 나르며(모산리), 논 가운데에는 오리와 닭을 키우는 시설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그 가공공장은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를 부안읍 전체에 내뿜고 있다. 게다가 마을 안에서는 오후5시가 넘어지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온 마을을 감싼다. 합법과 편법, 불법이 혼재되어 농촌에서의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부안의 한 마을에서 쓰레기 불법소각이 없고 영농폐기물을 잘 관리하여 마을 주변 환경도 깨끗하게 하고 폐기물처리 보조금을 받아 알뜰하게 마을 살림살이에 보태고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고부이씨 집성촌마을인 부안읍 내요리 돌모산마을(석재리)의 이재호(71)이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장님! 마을 소개부터 해주세요”
“돌모산은 예부터 돌이 많아 그 돌로 마을 서쪽에 둑을 쌓은 방죽이 있고 ‘돌못의 안쪽에 있는 마을이다’하여 돌모산이라고 불렀는데 박정희시절에 이곳의 소나무들이 있던 낮은 야산들을 모두 개간해서 5만평의 밭을 만들었어. 모두 고부이씨의 종중 땅들이지. 그래서 주로 밭작물이 많고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쪽으로는 경지정리로 반듯반듯한 논들도 많이 있고…….”
마을입구에 마련된 영농폐자재 임시집하장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에는 비닐 없이는 풀 때문에 농사를 못 지으니까 오만 평에서 나오는 비닐이 엄청나거든. 게다가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비닐, 소먹이로 쓰는 공룡 알처럼 생긴 것을 싸고 있는 비닐이 사시사철 나온다고……. 이런 것들은 잘 관리하지 않으면 그것이 어디로 가것는가? 바람에 날려 소나무에 걸려서 너덜거리고 태우기라도 할라치면 그 냄새 고약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그게 발암물질이라잔여……. 또 연기가 나면 어디서 바로 달려와……. 그래서 종중 땅을 거의 무료로 임대해서 임시야적장을 만들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울타리도 치고 했지. 잘 모아노믄 두 달에 한 번 꼴로 환경공단 집게차가 와서 가져가고 보조금은 내 통장으로 입금시켜 주는데 일 년이면 돈백만원은 될 것이여. 통장을 복사해서 연말 총회 때 보고하고 마을 기금으로 쓰든가. 곧 있으면 돌아오는 백중날에 돼지를 한 마리 잡아서 마을 잔치를 하는데 쓰든가 하는 거지”
얼마 전에 영농폐자재 집하장에 140만원을 들여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셨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느 몰상식한 사람이 자신이 운영하던 농장에 불이 나서 영농자재가 모두 불타버려 못쓰게 되자 처리비용이 아까워 몰래 이곳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가버린 것이다. 심증은 가나 결정적 증거가 없어서, 또 불난 사람이 고발당하면 벌금까지 물게 될까봐 그냥 덮어 주었다고 한다. 그 후로 예방차원에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했던 대로 예방효과는 만점이란다.
논농사 5천 평에, 밭농사 2천 평, 소가 20마리 있다는 이재호이장님은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였다.
“젊어 보인다고? 신간 편헌게 그러지. 내가 아들 하나 밖에 없은게 애들 키우느라 안달복달 안했거든. 그래서 그런가보네. 허허”
예로부터 효자가 많이 났고 유달리 교육열도 높았다는 돌모산마을은 지금도 정월 대보름날이면 새끼로 굵은 동아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를 하며 동아줄을 들고 마을을 돌고 나면 그 동아줄로 짐대할머니(돌모산당산)에게 옷을 입히는 돌모산 당산제를 지낸다.
당산제를 지내려면 마을 구성원들의 집단적인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들이 오늘의 깨끗한 환경으로 마을을 지켜내고자 하는 행동으로 이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돌아오는 정월 대보름날에는 꼭 짐대할머니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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