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의 소비가 늘고 품질도 좋아지고 있다는데 우리밀 생산은 안정적으로 되고 있을까? 우리밀 생산이 충분히 되고 있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2009년 우리밀의 자급율을 2017년까지 소비량의 10%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했는데 그 목표는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까?
우리밀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은 한 때 1만톤(0.5%)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리기도 하였으나 생산과잉과 소비부진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5년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생협 등 직거래 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조금씩 확대되어 가던 우리밀 산업은 2010년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룬다. 이는 소비부문의 꾸준한 품질개선의 결과 안전성은 물론이고 맛과 식감에서도 수입밀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예로 년 간 5천 여 톤의 우리밀을 소비하는 아이쿱생협은 최근 우리밀의 글루텐 추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밀 제품의 질을 한 단계 높여 우리밀 소비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밀의 생산은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011년 4만톤(2%)까지 늘어났던 생산량은 2013년 2만 톤까지 줄어들어 올해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군대급식과 주정용 공급도 중단되었고 주요 밀 가공업체와 생협 등 직거래 조직들은  밀 수확과 동시에 제분에 들어가야 할 만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밀이 안정적 소비확대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지난 20년 전의 실패와는 정반대의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년간 생산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자.
우리밀이 가장 높은 생산량인 4만톤을 기록했던 2011년 밀 생산농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생산량이 소비예상량보다 많아짐에 따라 수매조건이 까다로워 졌고, 추가 수매에 대한 업체들의 부담 때문에 대금지급이 늦어지면서 “이러다 내년에는 밀수매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이 확산되었다. 같은 시기에 재배되는 보리는 가격이 올랐다. 농가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농사짓기 수월하고 소득도 낫은 소먹이용 총체보리농사에 비해서도 밀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2011년 가을, 농가들은 밀 파종 면적을 20% 가까이 줄였다. 그럼에도 이듬해 3만4천톤의 밀이 생산되었다. 여전히 수매는 어려웠다. 1996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누적재고가 6만 톤까지 늘어나자 정부는 군급식과 주정용 공급을 통해 재고 해소에 나섰다. 그렇게 재고문제는 해결 되었지만...
2012년 가을 농민들은 밀 파종 면적을 40% 가까이 줄였다. 일기도 좋지 못하여 2013년 생산량은 2만 톤으로 대폭 줄어들고 말았다. 주정용공급과 군급식으로 이미 전년도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갑자기 시중에 재고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2년 사이에 생산량 과잉과 과소가 춤추듯 진행되었다. “이대로면 밀농사 못짓네...” 생산 여건 불리와 낮은 가격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밀은 보리나 총체보리에 비해 수확시기가 늦을뿐더러 가격도 더 쌌기 때문에 밀농사를 포기하겠다는 농가가 속출하였다. 밀 부족에 대한 비상이 걸렸다.
밀수급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생산자 단체들은 한편으로 가격을 올리기 위해 소비부문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한편으로 밀에 대해서는 밀직불금과 같은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정부에 보내며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진행했으나, 2013년 가을에 농민들은 밀 파종 면적을 늘리지 않았다. 그나마 날씨가 밀재배에는 유리하여 2014년 2만3천 톤의 밀이 생산되었다. 1년간 밀 소비량을 겨우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 소비부문의 양해로 가격은 16.7%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밀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든데 대한 책임을 농가에 넘기며 농협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군급식과 대기업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엉뚱한 정책을 내놓았다. 국산밀산업협회(생산부문과 소비부문이 함께 만든 조직으로 우리밀 가겨과 공급물량조절 기능을 맡은 기구)로 일원화 되어 있던 밀관련 체계를 이원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농림부의 이러한 판단은 2014년 수매시기에 현장 농민들 사이에 심한 혼란을 초래했고, 농협은 1600톤을 수매하는데 그쳤다.
2014년 가을 파종기에는 새로운 문제가 닥쳤다. 밀가격 인상과 교육을 통해 계획면적을 확대하고 종자를 보급한 것까지는 성공이었다. 적어도 1만ha, 3만 톤 이상의 밀을 2015년에는 수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밀은 파종시기가 짧고 비가 내려 땅이 질으면 심을 수 없다. 한번 비가 내리면 땅이 마를 때까지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2014년 밀파종시기에 비가 1주일 간격으로 내렸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고 말았다. 계획면적의 70% 정도밖에 파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소 수확량이 줄기는 하지만 밀은 봄에도 파종할 수 있다. 가을 파종을 하지 못한 밀을 올 봄에 파종했으나 그 면적도 10%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올해 밀 수확을 끝내고 수매를 준비하는 생산자단체들이나 밀을 확보해야하는 소비부문이나 걱정이 많다. 과연 적정량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국산밀산업협회와 농림부는 2만5천톤에서 3만톤 가량의 밀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황을 볼 때 2만 5천톤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빠듯하다.
이상의 상황은 지난 4년간 밀 생산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리하자면 소비부문의 꾸준한 성장에 비해 밀의 생산이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기후이다. 밀은 건조한 데서 잘 자란다. 그런데 밀의 파종시기와 수확시기에 내리는 잦은 비는 생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밀생산을 안정화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것이 정부와 국산밀 산업협회의 정책이다. 적어도 3년 이상의 안정적 공급계획을 기본으로, 생산에 대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2011년의 경험). 정부는 우리밀에 대해 보리나 총체보리와 같은 경쟁 작물과 차별화된 직불금 정책을 세워야 한다(2012~13년의 경험). 또한 농협과 국산밀산업협회를 이원화하여 생산현장에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2014년의 경험).
 지난 5월 27일 농림부는 우리밀의 자급율을 2020년까지 5.1%확보로 조정한다는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하였다. 목표가 10%냐 5%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목표와 실행계획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밀재배의 역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우리밀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이다. 우리밀살리기의 오랜 노력을 통해 수매가가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결정되어 있는 유일한 작물이기도 하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충분히 수급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입밀가격과 3배정도 가격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아이쿱 생협의 밀제품 판매가는 수입밀 제품보다 싸다. 시장성도 충분하다. 우리 국민은 1년에 쌀소비량의 절반인33kg의 밀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농산물 시장이 더 넓게 개방되어 있는 일본은 15%의 밀을 자급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밀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이만큼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이제 우리밀의 역설을 극복하는 동력은 정부로부터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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