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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전래놀이 지도사, 놀이 활동가 엄효정
   


집안에서 누나, 동생과 술래잡기라도 할라치면 어머니는 “먼지 난다. 나가 놀아라!”라고 말씀하셨다. 얼굴에 땟국물이 흐를 때까지 친구들과 흙속에서 뒹굴고 모래 더미에서 굴을 파고 놀았다. 딱지와 구슬은 보물과도 같았고 주인님 말을 잘들을 것 같은 반듯반듯한 비석치기용 비석을 구하기 위해 하염없이 뒷동산을 뒤지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나가 놀아라!”란 말에 “누구랑? 뭐하고 놀아?”라고 되묻는 다고 한다. 학원에 가야만 함께 놀아줄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현실에서 전래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겠다는 “놀이문화연구소 우듬지” 엄효정(44)소장의 365일 놀고, 먹고,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연구소 이름인 우듬지는 무슨 뜻인가요?”
“무나 당근의 맨 윗부분……. 한마디로 ‘싹’이 돋아나는 곳을 말해요. 우리 놀이의 싹을 틔울 수 있는 일을 해 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담은 이름 이예요”
“놀아주는 것이 직업인 셈이네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놀 수 있는 유일한 친구여서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함께 할 놀이판을 열어 주는 놀이활동가가 필요한 거죠. 놀이는 아이들의 본성인데 뭐하고 놀아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을 만날 때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자칭 타칭 놀이꾼으로서 사명감이 울끈 불끈 합니다. 놀아주는 것이 아닌 함께 노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남편과 함께 주산으로 귀향한 후 우연히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다는 엄효정씨는 당시 아이들에게는 “슈퍼갑”이었다고 한다. “저랑 노는 것을 아이들이 까무러칠 정로도 좋아하는 거예요. 울던 아이도, 말 안 듣는 아이도 ‘다음엔 안 놀아준다’하면 양처럼 순해지는 거예요. 그때 저의 관심사와 재능을 발견한 거죠”
그 후 전래놀이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고 전래놀이 지도사가 되어 학교에서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학부모 교육, 교육복지 지원사업(심리정서지원, 소그룹지원),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많은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있다. 전래놀이 전승자인 아이들로 구성된 “놀이단”을 이끌며 지역의 축제나 행사에 전래놀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도 계속하고 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국문과 출신답게 감수성 넘치고 맛깔스런 글과 사진들이 포스팅 되어있다. 그 속에도 그녀의 아이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미친년8방(8강), 실뜨기, 달팽이놀이, 오징어, 수건돌리기, 삼팔선, 얼음땡, 딱지치기, 산가지, 꼬리잡기....”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저와의 놀이는 ‘폭력금지, 욕설금지, 소심금지’ 이 세 가지의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위로받고 낮은 자존감은 올라가며 협력과 배려를 배웁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위해서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 놀이에 역사니 문화니 교육이니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자체로 역사며 문화며 교육인걸요. 자기 아이한테 ‘내가 니 애미다! 내가 니 애미란 말이다’라고 떠들어 대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예요? 아이들의 눈빛은 어느새 달라져 있거든요”
합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적 마인드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모든 일에서 생산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그래서인지 놀이도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 생각하려고 한다. “인지력, 창의력 향상을 위한 놀이, 언어능력 개발 놀이, 숫자와 친해지는 숫자 놀이”같은 식이다.
“요즘 놀이의 대부분이 경쟁 지향적이고 결과 지향적이기 때문에 놀이 속에서도 모두가 행복해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쟁을 최대한 배제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우선시 하는 놀이로 변형해서 아이들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놀이들이 깊은 기억 속에서 하나 둘씩 떠오른다.
함께 놀던 친구들의 얼굴과 함께…….
엄효정씨! 어른들도 놀 수 있는 판을 열어 주심 안 될까요? 

아이야,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박노해            
                          

김재성 기자  je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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