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건/보안면


내가 교직을 떠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살아온 때문일까, 나는 유독 배고픔에 상처받는 아이들 소식은 마음이 편치 않다. 학교 급식이란 것이 생겨나기 전이던 시절, 현실의 무게 앞에 꿈조차 크게 꾸지 못하던 배 굶는 어린 제자들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구두를 닦거나 버스안내, 조수 등 먹고사는 일에 휘둘려 배움의 때를 놓친 사람들을 모아 옛 동초등학교에서 야학을 시작했다. 성당을 새로 지어 옮겨 가자 청우고등공민학교가 생길 때까지 그 자리에서 야학을 계속 했다. 그때의 꿈을 이루어 부안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제자도 두엇 두었는데 그들도 나이가 들어 이젠 60줄이다.

사진은 상서중학교 재직 시 점심시간. 나는 언제나 교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수업과 상관없는 사소한 얘깃거리를 찬에 섞어 먹으며 제법 즐거운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다. 다섯 명씩 모여 먹었는데 일곱인 걸 보니 그날도 도시락을 못 챙겨 온 아이가 있었나 보다.

내 도시락을 주고 대신 십시일반 아이들 밥을 추렴하여 한 끼를 해결하며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정작 부끄러운 일은 가난하면서도 뜻이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고 다독이며 먹던 알싸한 도시락 맛이 지금도 그립다.

핵폐기장 유치 반대시위를 함께했던 몇몇 제자들은 80년대 초반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화운동을 할 때부터 든든한 동지로 내 곁을 지켜 줘 자랑스럽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의롭게 살기를 자청하는 그들을 지켜보며, 남은 생애를 부안지킴이로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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