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귀자/부안읍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 310번지. 지금은 물속으로 사라진 내 아버지의 고향이다.
동진군 증동리 230번지. 43년 전 섬진댐 건설로 다른 23가구와 함께 이주해 와 살고 있는 내 고향이다.

옆집과 한 채를 반으로 나누어 사용하면서 콩 한 톨도 나누어 먹던 이웃들이 한 집 두 집 이사를 가고 이제는 9가구만이 남아 있다. 땅은 공동 소유로, 집은 부안군의 명의로 되어 있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우리 집.

속은 것이 어디 그것뿐이랴. 옆의 방죽을 논으로 만들어 3년 안에 15마지기를 주겠다고 한 그 약속은 15년이 지난 후에야 10마지기의 땅으로 주어졌다. 그 세월 동안 우리 여섯 남매 배 곪지 않게 하려고 부모님이 하셨을 모진 고생은,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옛 고향을 방문할 때 그 길마다에 얽힌 아버지의 사연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다가온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살림 밑천 맏딸로 태어나 이제는 엄마 같은 큰언니, 그리고 우리들, 막내를 업고 계시는 엄마와 동네아이들이다. 카메라를 들고 종합선물세트와 함께 가끔 방문하시는 외삼촌 덕분에 사진 속 내 어린 시절은 항상 같은 옷에 먹을 것을 양손 가득 들고 있는 장면이 많다. 가운데 줄무늬 바지에 앙증맞게 볼록한 배를 하고 있는 귀여운(?) 아이가 바로 나다. 내 마음 속 촉수들을 건드리는 사진 속 시간의 비밀들….

지금도 농사일을 놓지 않으시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72살의 우리 아버지. 욕 한 번, 매 한 번 들지 않으시고 우리를 길러 내신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