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여행가


무심코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얼굴들이 있다. 엇! 이건 고등학교 때 찍은 거 아냐? 검정교복에 단추는 풀어헤치고 다이아몬드에 높을 ‘高’라는 글씨가 우뚝 서 있는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는 자유분방한 친구들의 모습이 찰칵하고 찍혔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봄소풍인가, 가을소풍인가 하며 사진 뒤쪽을 보니 ‘1968년 10월28일 전주 덕진능 가을 소풍’이라고 씌여있다.

벌써 40년 가까이 흘렀구나. 내 나이 벌써 57살이니 반백이 넘었고 환갑이 가까워지는데도 학창시절은 엊그제 같이 느껴지는구나.

전주공업고등학교 건축과 우리 학우들 모습이 하나 둘 떠오르는데, 막상 사진에 있는 친구들 이름은 생각나질 않는다. 준호, 준수, 기송, 진영, 종선…. 허허, 역시 세월은 속이지 못하는구나. 우리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친구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니 축구 응원했던 생각이 난다. 전주고, 전주농고와 치른 전라북도 대표 선발전이다. 이겨라~ 이겨라~ 문고리(건축과)~, 네베루(토목과)~, H2O(화공과)~,목은단(방직과)~, 큐보라(기계과)~, 반딧불(전기과)~, 다이아몬드 빅토리 우~와! 소리 소리 지르며 삼삼칠박수 얼마나 많이 쳤던가. 지금도 귓가에 윙윙 맴돈다. 시합이 있었던 날이면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아폴로 달 착륙할 때 탄성을 질렀고 제주도 수학여행때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을 보고 함께 고함을 질렀던 그리운 친구들. 대구 시청에 친구들과 취직시험 보러 갔을 때는 대구능금을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이가 시려 3일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라면도 이시기에 친구들과 처음 먹어 보았고, 그렇게 맛있었던 라면은 지금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검정 교복에, 검정 모자에, 빡빡머리에, 다이아몬드 ‘뺏지’ 달고 책가방 옆구리에 끼고 통바지에, 나팔바지며, 맘보바지며…. 우~메 미니스커트다. 우헤헤……. 찬란한 태양이여, 영원한 친구들이여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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