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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하서미래영농법인 사무장 김종철자유를 위해 흙을 선택한 스마트한 농부이야기
   

요즘 읍내병원에 환자가 뜸해 병원 원장님들이 잠시나마 신문을 볼 여유가 있다고 한다. 일 년 중 딱 요맘때가 그렇단다. 농민들은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할 정도로 바쁜 철이다. 지난 주 하서의 들판에 주위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행사가 있었으니 김종철(43) 하서미래영농법인 사무장의 논에서 “친환경 필름직파농법”으로 시행된 파종이 그것이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지요?”
“작년 봄, 주변사람들의 많은 우려 속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한 필지를 깔았는데 파종 후 ‘설마! 설마!’하며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병도 잡초도 없이 튼튼하게 자라는 벼들을 보며 사람들은 신기해 할 정도였습니다. 수확도 거의 떨어지지 않아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올해는 좀 더 확대해서 심어봤습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멀칭필름에 볍씨를 붙여서 고추장처럼 준비된 논에 이앙기와 비닐 피복기를 이용해서 논바닥의 표면에 필름을 붙여주는 형태로 파종을 하면 그만인 것이 “친환경 필름직파농법”이다.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인데 소독해서 싹을 틔우고, 종자 쳐서 모판내고, 육묘하고, 모판 떼고, 마지막 이앙에 우렁이로 풀 잡는 일까지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트랙터와 이앙기의 일정을 맞추는 것도 무척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의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소출이 줄지 않고 일정도 유연하게 맞출 수 있어서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논장만에 대한 노하우도 더 쌓여야 되고 직파를 위한 필름이나 장비도 개선이 필요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직파의 장점을 살려 포트묘를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네요”
김종철씨의 말에 따르면 논 1필지에 소요되는 볍씨의 양은 관행농이 40kg, 친환경농법이 27kg, 필름직파가 16kg, 포트묘가 9kg란다.
사실 김씨는 이제 막 초보를 벗어난 귀농 4년차 농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자료를 조사하여 이론적으로 무장을 한 후에 손과 발을 부지런히 놀려 결국 결과물을 얻어낸다. 이런 모습은 그가 귀농하기 전의 직장에서부터 몸에 밴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청춘을 던져가며 열심히 일만했던 직장에서 사주의 탐욕으로 인한 잘못된 선택, 그리고 이어진 파산과 인수합병……. 그 과정 속에서 자본이라는 괴물이 탐욕이란 본성을 이용하여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파괴할 수 있는 가를 목격한 그는 자유를 위해 흙을 선택하게 된다.
“제가 회사에서 했던 만큼만 나를 위해 준비하고 일을 한다면 뭐든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어요. 그런데 그만 둔지 두 달 만에 집사람이 ‘이제 다시 뭔가 라도 해봐야지?’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그 후 부동산 하면서 2년간의 방황 끝에 동네 형님 따라서 협동조합 토론회를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생명이 모이는, 생명이 자라는 논학교’라는 책을 읽고 ‘논이 가지는 의미가 이렇게 크구나, 나도 이렇게 농사 지으면서 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하게 된 거죠”
그때 같이 간 동네형님이 이듬해 농사지으라고 떼어 준 3필지를 시작으로 영농후계자가 되어 논도 사고 임대도 늘려서 올해는 13필지의 벼농사와 1필지의 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다. 아로니아를 비롯한 그의 농사는 친환경적인 방법만을 고집한다. 그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몸은 비록 힘들더라도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에 결코 손해가 아니라고 말한다. 역시 그의 말대로 스마트한 농부다.
“혼자서 이런 일들을 했다면 벌써 지치거나 실패의 쓴맛을 맛보며 포기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행히 주변에 같은 뜻을 가진 형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슬에 취해 잠든 벼들을 깨우기 위해 삽 대신 카메라를 들고 들녘에 나서 먼동이 떠오르는 아침풍경을 즐길 줄 아는 농부, 비 오는 날 모정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하자고 꼬드기는 동네 형님들을 뒤로 하고 친환경농업의 대가가 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의 강의실로 발길을 돌리는 스마트한 농부.
그래도 비오는 날 부침개에 막걸리는 꼭 먹어줘야 하는데…….
스마트농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bf4025
 

김재성 기자  je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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