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신청·주민투표 동의안 동시 처리하려다 덜미

방폐장 유치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부안군이 또 절차를 무시하고 나섰다. 완전히 고질병 수준이다.

부안군은 지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치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 관한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단어만 길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뜻인 즉 방폐장 유치에 대한 동의안에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을 은근 슬쩍 끼워 넣기를 한 것이다.

백종기 국책사업추진단장은 “정부의 후보부지 선정 공고에 따르면 지방의회 동의를 얻어서 산자부 장관에게 시설 유치를 신청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일정과 공고에 따라 주민에게 놓여진 선택권을 존중하고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의회의 의견은 핵폐기장 유치신청과 주민투표 실시 때 각각 듣도록 돼 있다.

일부 의원들이 백단장의 도우미로 나섰다. 김형인 의원은 “이 문제 때문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에 하는 김에 같이 처리해야지 이것 처리하고 한달 뒤에 하면 얼마나 시달리겠느냐”고 말했다. 서인복 의원은 “이렇게 처리하면 산자부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유치신청 동의 및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이라고 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백종기 단장이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기묘한 논리를 편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분석하면 부결돼서 신청을 못하더라도 정부에서는 주민 수용성이 높은 지역 한두 곳을 더 선정할 수 있다”며 “찬성측에서도 길이 열리지만 이번에 의안을 같이 처리하면 이마저도 못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유치를 반대하는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장석종 의장은 “유치신청 동의안이 가결이 돼야 산자부장관이 주민투표를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병진 의원과 최훈열 의원도 “주민투표를 하면 주민 갈등만 커진다”며 “유치 동의안만 처리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격론 끝에 부안군의 주장은 좌절됐다. 그리고 오는 20일 정례회 마지막 날에 유치신청 동의안을 표결처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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