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여기저기 노오란 꽃들이 잔뜩 피어 있는 논들을 볼 수 있다. 유채나 갓꽃이다. 몇 년 전까지는 유채꽃이 주류였는데 유채 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키우는데 어려움도 있어 갓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유채나 갓은 모두 겨울나기 옆채식물로 배추나 무처럼 겨울을 지나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 노란 꽃들은 경관농업단지로 조성된 것으로 처음에는 고창군의 청보리밭이 그 시작이었다.
대단위로 심어진 청보리밭에서 축제를 열고 많은 도시민들이 농촌의 정취를 찾아 모여들면서 청보리밭이 경관으로서 가지는 가치에 대한 직접지불제도가 2006년부터 도입된 것이다. 이후 경관작물로 청보리에 유채, 밀, 총체보리 등이 포함되었고 최근에는 녹비작물의 하나인 헤어리벳치나 자운영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부터는 밀, 보리 등 동계 2모작 작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수확을 하지 않는 유채나 헤어리벳치 등에만 경관작물 직불금을 지급한다. 부안에 2015년도에 지급되는 면적은 총 1,000ha에 ha당 170만원씩 17억원이 지급될 계획이다. 밀, 보리나 총체보리가 제외된 이유는 이 작물들이 동계 작물 직불금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밭농업 직불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논에서 재배하지만 밭작물인 맥류도 이 범주에 포함을 시켰다. 밭작물 직불금은 ha당 40만원인데 동계작물은 ha당 50만원을 주도록하고 있다. 농가에 지급되는 직불금에는 이외에도 ha당 100만원씩 지급되는 논농업 직불제와 ha당 35만원~50만원까지 지급되는 친환경 농업 직불제가 있다. 이렇게 보면 논의 경우 최소 ha당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의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부안군의 경우 논농업직불금이 210억, 밭직불금이 35억 친환경직불금이 1억 경관보전직불금이 16억 4천만원 등 총 262원의 직불금이 농가에 지급되고 있다. 부안의 농가수가 7584세대이므로 한 농가당 평균 345만원의 직불금이 지급된다고 볼 수 있다.
직불금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70년대부터 실시되던 제도이다. 이 제도의 배경에는 도시민과 농민의 소득 격차와 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한 국가지원이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 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57% 수준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고 농산물 관세를 없애면서 낮아지는 농가 소득에 대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건하에서 직접 지불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직불금제도의 추진 배경이 된다.
농업이 가지는 경관보전, 자연정화기능, 청정한 공간의 제공, 담수기능 등 사회 경제적 가치에 대한 고려는 직불금 제도가 운영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지난 20여 년간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에 대한 줄기찬 투쟁도 직불금 도입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직불금은 농가 지급으로 끝나지 않는다. 농촌지역의 현금의 회전이 농산물을 수확하는 주기인 1년에 1~2회 정도로 매우 느리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성장하기 어려운 태생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직불금은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농가의 구매력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의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서에서 농가를 짓고 있는 김모씨는 “농사지어서 남는게 뭐 있나요? 빚 안지면 남는 거죠. 직불금이 없으면 대부분 농사를 포기할 거예요”라며 직불금의 중요성을 말한다. “옷도 사고, 술도 한잔 먹고, 집도 고치고 그러는 거죠 뭐~” 농가 소득은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농가에 대한 직접지불은 그 이상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발휘한다.
지나가던 차가 멈추더니 아이와 엄마가 내려 노란 꽃들이 피어 있는 들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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