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비결은 간을 잘 맞추는 것

MBC피디 출신 김재환 감독은 2011년 영화 “트루맛쇼”라는 다큐멘터리영화를 통해 방송가에 만연하고 있는 유명 맛 집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의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 똥침을 날렸다. 출연한 연예인의 단골집은 사실은 그날 처음 간 곳이었고 뜨겁지도 않은 냄비에 호들갑을 떠는 손님역할을 하는 보조출연자는 연기대상급의 연기를 선보였다. 방송에 뜨는 맛집의 실상은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외주제작사의 방패 뒤에 숨어 금품을 챙기는 방송사들과 방송의 힘을 빌려 ‘확! 그냥, 막! 그냥’ 한 번에 땡겨보자는 부도덕한 업주들의 공생관계가 빚어낸 합작품일 뿐이었다. 소문만 무성한 군산의 홍합짬뽕집에서의 서운함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반면 부안에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얼큰하고 시원한 짬뽕 국물 맛 하나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국집이 여럿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안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맞게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담겨 있으면서도 그 양 또한 밥 때를 놓친 성인이 먹어도 섭섭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부안의 사랑받는 짬뽕집 대열에 새롭게 합류하며 부안의 전설을 쌓아가고 있는 해물짬뽕의 젊은 주방장 조영훈(39)씨를 만났다.
하서 계곡(닭실)마을이 고향인 조영훈씨는 동갑내기 부인 이선희씨와 5남매를 키우며 중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유기농으로 세 필지 반의 논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다.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네요.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하루 종일 일하는 주방의 뜨거운 열기가 상상이상입니다. 그래서 항상 삭발을 하다시피 합니다.”
“기다리면서도 먹을 만큼 손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맛의 비결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방장으로서의 원칙이랄까요?”
“비결은 무슨... 맛의 비결은 간을 잘 맞추는 것이죠...”
너무도 간단한 답이 돌아와 순간 당황했다. 그러자 옆에서 살짝 설명을 거드는 부인 선희씨  “짜고 싱거운 ‘간’ 뿐만 아니라 달달해야 맛있는 음식, 짭짤해야 맛있는 음식, 매콤 새콤해야 맛있는 음식... 이렇게 요리마다 그 특성에 어울리는 맛을 살려내야 한다는 말이겠죠...”
조영훈씨는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라고 눈을 마주치며 웃음으로 이야기한다.
선희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 주방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미리 짬뽕국물 같은 것을 끓여놓지 않고 즉석에서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신선한 야채와 해물의 맛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또 한가지 저희집은 해물짬뽕에는 육고기를 넣지 않아요. 야채와 신선한 해물, 그리고 육수로는 미리 만들어 놓은 멸치육수를 씁니다. 미리 준비하는 육수만 네 가지예요. 닭육수, 소잡뼈육수, 돼지육수, 멸치육수.”
“부안읍내에 자리 잡기 전에 힘든 일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도 있어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중화요리를 배우겠다고 집을 나설 결심을 했습니다. 그 후 10년 넘게 겨우 한 달에 두 번 집에 와서 아이들과 집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밑바닥부터 배운 기술로 고향으로 돌아와 창북리에 가게를 열었는데 다행이도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2년 정도 지나자 건물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월세보증금 5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서 집사람이 울며 애원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여기 일이 바빠서 그 돈을 받으러 가지도 못 할 정도입니다.”
한 달에 두 번 밖에 못 만나는 부부가 그 동안에 다섯 명의 토끼 같은 아이를 낳았다. 인터뷰 내내 유치원에 다니는 넷째 현이 녀석이 엄마의 무릎과 아빠의 품을 오가며 재잘거린다. 식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마치 행복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환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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