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말에 퇴임하는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는 무척 흥미로운 인간이다. 지난 5년간 대통령 재임 중, 그는 오늘날 세계의 정치엘리트들과는 전혀 딴판의 언행과 자세를 보여주었고, 그럼으로써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수많은 언론의 끊임없는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이색적인 언행 중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은, 대통령 관저를 노숙인들의 거처로 내주고 자신과 아내는 수도 근교의 작은 농가 오두막에서 거주한다는 것, 대통령으로서 받는 봉급의 대부분을 시민단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얼마 안되는 돈(한국 돈으로 월 약 170만원)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점 등등이다”
2015년 녹생평론 3-4월호에 실린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에 대한 이야기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이런 독특한 생활뿐만 아니라 우루과이의 가난한 사람들과 서민들의 삶을 잘 챙기는 정책을 끊임없이 펼침으로서 우루과이 서민과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왔다고 한다. 참 멋진 대통령이고 정치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산다면 어떨까? 아직까지 진정어린 마음으로 이런 가난한 삶을 살고자 하는 정치인을 보지도 못했지만 이런 흉내라도 내려고 치면 아마도 국민의 관심을 얻기 위한 정치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들이 참 많을 것이다.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국회의원이 정치인들에게 갖다 바친 돈으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메모에 적힌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만난 기억도 없고, 받은 기억도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거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준 놈은 있는데 받은 놈은 모른다고 하니. 누구 말이 진실일까? 혹시 돈 받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성완종 그 사람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닌데 무조건 발뺌하고 보는 거야. 검찰 수사 대충 받고 적당히 게기다 보면 그냥 의혹으로 끊나는 거지”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가 그래 왔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 검찰의 수사결과나 난 깨끗하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척하면서 그들은 또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차떼기로 돈을 받아도, 사과박스로 돈을 받아도, 비타민 박스로 돈을 받아도 그들은 결코 죽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사회에서 살아야 할까? 부정과 부패가 사라진 정치는 불가능한 것일까? 도지사 한명의 판단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는 설움을 받아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3백명이나 되는 생명을 바다 속에 빠뜨려 놓고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 우리는 그저 힘없이 물러서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참여해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공권력이 힘이 아니라 그저 국민들의 뜻에 따라서 일을 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는 시민들 스스로 정치를 만들어 가고 민주주의를 훌륭하게 꽃피운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C.L.R. 제임스라는 역사가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해 쓴 글을 읽어 보면 지금의 답답한 정치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멋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나마 찾아 볼 수 있다.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라 생각하지 말고 썩을 대로 썩은 우리의 정치판을 뒤흔들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다.
C.L.R. 제임스의 말이다.
“그리스의 통치형태는 도시국가였다. 모든 그리스 도시는 독립국가였다. 가장 좋았을 때, 아테네 도시국가에서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회가 평화와 전쟁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외부세력이 파견한 외교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외부세력이 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결정했다. 그들은 모든 심각한 세금문제를 처리하고, 전쟁 때에는 지휘를 맡을 장군들을 임명했다. 그들은 국가 행정을 조직하고, 관리들을 임명.통제했다.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민회는 바로 정부였다.”
모든 시민들이 국가의 모든 일에 함께 참여해서 토론해서 시민들 스스로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공무원이 판단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테네 시민들은 공직자를 어떻게 뽑았을까? 지금처럼 투표를 통해서 대리인을 뽑았을까? 아니다. 바로 제비뽑기를 통해서다. 재미있지 않은가? 공직자를 제비뽑기를 통해서 뽑다니.
“아마도 그리스 민주주의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추첨, 즉 제비뽑기를 통해서 행정을 조직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스의 많은 공직자 대부분은, 사람들의 이름을 모자에 넣고, 그 모자에서 무작위로 끄집어내어 지명하는 방법으로 선택되었다.”
투표하는 것 말고는 나라가 하는 일에 아무런 참여도 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그저 놀랍고 상상이 안가는 일이다. 그리스인들은 왜 제비뽑기를 통해서 공직자를 뽑았을까? 그리스인들은 보통의 시민들이 정부의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철저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정치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나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공직자들을 제비뽑기로 선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공직자들의 임기도 제한했다. 한 시민이 한번 공직을 맡으면, 다시 그 공직을 맡지 않도록 배제되었다. 왜냐하면 그리스인들은 누구든지 돌아가면서 국가를 운영하는 방법, 즉 윤번제를 신봉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운영방법이다. 농사를 짓다 보면 흔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같은 땅에 몇 해에 걸쳐서 같은 작물을 심으면 반드시 병이 온다는 것이다. 한 해 한 해 돌아가면서 다른 작물을 심어야 땅이 건강해진다. 정치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뛰어난 정치지도자도 오랜 시간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건강함을 잃어버린다. 수많은 독재자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여러 차례 보아오지 않았는가? 3선이니 4선이니 하는 국회의원 없는 나라 만들어보면 어떻겠는가? 그이들 말고도 깨끗하게 정치할 사람 참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서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정치인들과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검은 돈거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몰래 오고 간 돈으로 제대로 된 정치를 했을 리 없다. 준 놈은 준 놈대로 바라는 게 있을 것이고, 받은 놈은 받아먹었으니 챙겨 주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깨끗한 사회를 바라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 나서야 한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검은 돈을 받은 모든 공직자는 어떠한 이유로든 다시는 정치판에 설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도 한번만 하는 운동을 벌어야 한다. 우리 사는 이 세상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일 잘하는 평범한 사람들 참 많다. 그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평범한 시민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런 사회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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