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의 진도
하아~ 숨이 멎는 듯 했던 비보의 아침이 꼬박 삼백 예순 다섯 날 지났다. 그 날 참사로 295명이 희생됐고, 9명은 아직 얼음장같은 진도앞바다 세월호에 갇혀 있다.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통곡하는 유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원인규명과 선체인양을 목놓아 외쳐보아도 진정성있게 책임지려는 정치인과 정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꼭 남일 말하듯 하고, 정부은 보상 시행령으로 꽃다운 죽음을 주판알 튕기듯 셈쳐 말하고, 몇몇 기레기들은 억억거리며 남는 장사인양 호도한다. 1주기 오늘, 이제라도 진심담긴 위로와 원인규명, 선체인양을 약속해야 하지 않을까. 되짚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처 및 수습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왜 대형참사는 반복되는가에 대한 답이 함축돼 있는 것만 같다.
할 수 있다면 청기와집에 고하겠다. “하필 오늘같은 날 나가셔야겠어요?”

2. 4월의 정치판
며칠 전 해외자원개발비리 연루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다 고인이 된 모 기업 회장이 남긴 기록이 정치판을 뒤엎을 기세다.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주요 정치인까지, 메모장에 적힌 인사들의 수뢰여부가 진실로 밝혀질지 여부가 연일 기삿거리로 뿜어져 나온다.
자승자박이랄까. 두어 번 국면전환용 히든카드로 재미보더니 이번엔 전 정권 사정용으로 화살을 날렸으나 어이없게 되돌아 와 맞은 꼴이다. 사건의 핵심은 정치헌금 없이는 정치든 기업이든 어떤 이권도 얻을 수 없다는 정치권력의 숨겨진 속살을 내보였다는 점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실체를 확인 못한. 반드시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로 정치판이 정화되길 바라며, 목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이 횡행하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
지금 떨고 있거나 노심초사할 그 분들 안부 여쭤야 할 듯.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3. 4월의 부안
마실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특히 부안읍은 도로가도 모자라 중앙분리대까지 현수막이 점령했다. 어수선한 건 차치하고 횡단보도 아닌데서 사람이 불쑥 나올라 치면 머리가 쭈삣 서며 아연해 진다.
좋다. 축제인 만큼 흥도 돋우어야 하고, 예년과 다르게 행사장이 부안읍 도심이니 굳이 이해하려 들면 못할 일도 없다. 나아가 기대도 없지 않다. 매년 축제기간 내 읍내가 공동화되어 자영인들의 푸념이 많았음을 상기하면 지역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축제참여가 자연스레 소비로 연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부디 마실축제가 행사가 아닌 명실상부한 축제로 자리매김되길 희망한다.
지인들과 더불어, 평소 서먹한 인사로 나누었던 분이라도 장터주막에서 만나면 말해볼까. “막걸리 한 잔 하실까요?”

4. 4월의 나
흐드러지게 핀 개암골 벚꽃 길을 지나 산에 올랐다. 가끔 고민거리나 생각할 일이 있으면 혼자 산에 오른다. 그리 어렵지 않은 적당한 경로를 찾는다. 왜 혼자 다니냐는 질문의 중복이 힘들어 챙이 큰 모자에 색안경을 끼고 먼지가리개로 온 얼굴을 가려도 사람들은 곧잘 나임을 알아보곤 한다. 엄벙해 보여서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여튼 걷는다. 올 첫 분기에 계획한 일들이 어그러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마땅한 맺음이 없어 틈나는 대로 올랐다. 간만에 만난 지인이 반가워하며 묻는다. “좋은 일 있나봐, 얼굴 좋네!” 난 괜히 기탄하며 “무슨, 속이 없어서요” 씻다가 거울을 봤다. 정말 얼굴이 좋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요즘 밥맛도 좋고 잠도 잘 온다. 삶에 있어 때론 미처 피하지 못할 불행과 예상하지 못한 행운 모두 알 수 없다. 모르니까 인생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