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병을 잡아라

들판에 쟁기질이 한창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청명까지 이어져 다소 늘어지기는 하였으나 부지런한 농부들은 어느새 논갈이를 끝내고 못자리 준비에 들어간다. 예전 같으면 계화들판에 이른 나락 못자리가 논머리마다 자리를 잡아갈 테지만 지금은 이른 벼 재배가 많이 줄었고 못자리도 대부분 육묘장에서 키워 나오기 때문에 이맘때 논 못자리를 볼 수 없다. ‘못자리가 반농사’라는 말이 있다. 못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고 못자리에 드는 품이 그리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논농사에서 못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앙부터는 대부분 기계화가 되어 있으나 유독 못자리만큼은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으면 3~4농가 많으면 7~8농가가 함께 반을 구성하여 못자리 품앗이를 하였다. 비닐 못자리가 없어지고 부직포 못자리가 시작되면서 댓쪽을 꽂고 고온장애를 막기 위해 통풍을 시켜주는 번거로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판을 고르고 육묘상자를 논에 넣는 일은 큰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고령화 때문에 못자리철에 사람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 졌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육묘장이다. 육묘장이 행정의 지원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조금 넘는다. 당시만 해도 논 못자리가 일반적이었던 때라 돈을 주고 모판을 구입하는 일은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3~4년 전부터 육묘장 보급이 활성화 되면서 모판을 구입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일반화 되어 가고 있다. 많은 인력, 높은 인건비, 못자리의 번거로움을 계산하면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곧바로 모를 심을 수 있는 육묘장 못자리가 경제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녹화장이 운영되어 튼튼한 육묘가 가능해지면서 육묘장 육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가고 있다. 1200평을 기준으로 보통 100~120판 정도의 모가 들어가는데 판당 3,000원이면 실패 확률이 높은 논 못자리를 굳이 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현재 부안에는 50동의 벼 육묘장이 있다. 논 면적이 많은 계화에 16동, 하서에 7동, 백산에 5동, 동진에 4동, 상서. 행안. 줄포. 주산. 보안면에 각 3동씩이 있으며, 부안. 변산. 진서에 각 1동씩이 있다. 이 중 100평 규모가 25동, 200평 규모가 25동이다. 100평을 기준으로 육묘장 1동에서 생산할 수 있는 모판이 대략 15,000 ~ 20,000장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안에서 유통되는 모판은 112만5,000장 ~ 150만장, 돈으로 환산하면 33억7천5백만원 ~ 45억원 정도 된다. 약 5천~6천ha를 심을 수 있는 양이다. 육묘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못자리에서 발생하는 병충해이다. 입고병이나 잘록병 등 곰팡이류의 발병은 소독제가 발전함에 따라 예전 보다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논에 모를 심고 나서야 발병 여부가 확인되는 키다리병 같은 바이러스 병은 모상에서는 확인이 잘 안 되는 병이나 농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도 한다. 특히 키다리병의 경우 2000년 이후 꾸준히 발병이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작년의 경우 이삭이 패고 등숙기에 접어드는 9월경에 내린 집중 강우로 인해 바이러스병이 극심했다. 이는 종자에서 감염되어 논에서 번성하는 경우로 육묘장을 운영하는 농가가 1년 내내 안심하지 못하는 근심의 원인이 되었다. 행안 육묘장의 김근회씨는 최근 키다리병을 효과적으로 방재하기 위한 실험을 겨우 내내 진행 했다. 주로 친환경 농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인 열탕소독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실험이었다. 종자는 신동진벼를 사용했고 70도부터 60도까지 2,4,6,8,10,12,14분 간격으로 열탕 침종을 하여 발아율을 확인하고, 이 종자로 종자를 쳐서 육묘를 1달 이상 진행했을 때 키다리 병이 발생하는가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70도에서는 2분 이하, 65도에서는 4~5분, 63도에서는 6분, 62도에서는 8분, 60도에서는 13~14분정도가 발아에 지장이 없었고, 열탕처리를 한 모에서는 키다리 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소독을 하지 않은 모에서는 다량의 키다리 병이, 농약으로만 소독을 한 모에서도 드물게 키다리병의 발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에 따라 올해는 15톤가량 되는 종자 전량을 열탕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결과는 일반 농가들이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올 가을 농사가 어떨지 쌀값은 어떨지 쌀의 관세화 개방 첫해라 걱정이 앞서지만  아무쪼록 적은 비용으로 건강한 육묘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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