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대형어선이 설치한 닻자망이 원인
위도 앞바다의 고기길과 항로까지 막아
벌금도 효과 없어...싹쓸이 막고 금어기 둬야

부안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주꾸미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주로 격포와 위도 앞바다 등지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에 따르면, 한창 주꾸미가 나는 철인 요즘 주꾸미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불과 2~3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전언이다.
해수온도 상승과 이에 따른 산란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어민들은 무엇보다 위도 서쪽 해상에 십 수 겹씩 불법적으로 설치된 닻자망을 지목한다.
닻자망이란 300~400m 길이의 대형 그물 양쪽에 닻을 내려 고정시킴으로서 물고기를 가두는 조업방식으로, 특히 그물을 전개하기 위해 사용되는 뻗침대가 수면 위로 튀어나와 있어 소형어선의 안전에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싹쓸이 조업으로 인한 어획물 감소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림 참고)
이들 닻자망은 대부분 충남과 전남, 경남 등 외지의 대형어선들이 설치한 것들로, 외지어부들은 해마다 주꾸미가 나는 철이면 부안 해역으로 몰려와 이 같은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 따라서 부안어민들은 서해의 주꾸미가 이 ‘닻자망의 숲’에 막혀 위도 연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격포의 한 어민은 “닻자망이 설치된 곳은 고기가 부안 해역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자 산란길인데, 외지 어선이 바로 그곳에 그물을 내려 고기길을 아예 막아버린다”면서 “부부간이나 가족간에 소형어선으로 어업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영세어민들은 피해가 많다. 행정기관에서 대대적으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형그물을 뻗침대를 이용해 벌려 물고기가 갇히도록 하는 어법으로,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주로 사용한다. 통상 그물 폭이 300~400m에 이르고 높이가 5m에 달한다. 특히 뜸줄과 발줄을 수직방향으로 연결하는 뻗침대는 작은 고갯배들에게는 위협적인 불법어구이다.
부안 어민단체의 한 회원도 “새만금을 막은 뒤 안 그래도 뻘이 오염되고 바닥이 썩어 들어가 가뜩이나 어획고가 줄고 있는데 외지 어선까지 기승을 부린다. 군에서 단속한다지만 유명무실하니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닻자망을 하는 외지어선들은 하루 어획고가 수백만원에서 최대 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어구법 위반으로 한 달에 2~300만원의 벌금을 물려봤자 눈도 꿈적 않는다”면서 “최근에도 불법어구 5건을 적발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예산이나 장비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해 어업의 모든 지도·단속권을 가진 서해어업관리단 실무관계자도 “올해 들어 아직까지 부안 해역에서의 단속내역은 없다. 현재 지도선들이 충남에서 어구초과사용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어 여력이 없는데, 단속이 끝나는 3월 말 이후에야 부안 해역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면서 “지적한 사항을 잘 파악해 부안군청과 합동단속 등을 통해 부안 어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서해어업조정위원인 이순복 위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6일 목포에서 열린 12차 정기회의에 참가해 이 문제를 상정하고 부안지역에 지도선을 투입해달라고 강조했다”고 밝히면서 “닻자망 자체가 불법은 아니므로 허가여부와 그물코 규격, 항로를 가로막았는지 여부 등을 따져 세밀하게 단속을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이 위원은 또 “무엇보다 외지 대형어선들이 싹쓸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금어기를 정해서 주꾸미의 안정적인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것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안 어민들은 닻자망 외에도 그물을 건지면 물고기 대신 마른 풀들이 많이 올라온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주로 가력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는 한 어민은 “새만금 내수 측에서 오염물이 계속 배출되는데 이것들이 퇴적돼 썩고 있다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 같다”면서 “곧 꽃게철이 다가오는데 부안군은 물론 새만금 관련기관에서 오염물질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부안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그래도 오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그물에 걸려나오는 썩은 풀 등을 채취해 해양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면서 “오염물의 종류나 상태를 파악한 뒤에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봄의 전령이라는 주꾸미가 외지 대형어선의 남획으로 고갈되면서 부안 어민의 생계가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부안읍 경제까지 가라앉고 있다는 지적에 부안군과 부안수협 등 관계기관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