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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투쟁] 촛불집회, 엄숙함과 신명의 한마당투쟁과 놀이의 마당으로 자리매김
꺼지지 않는 촛불
부안은 촛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지난해 7월 26일 이후 시작한 촛불집회를 2.14주민투표때까지 주민들은 하루도 빼지않고 계속했다. 183일 동안 매일 촛불집회를 연 것이다.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을 넘겼고 때론 비바람에 때론 눈보라에 시달렸다. 강력한 태풍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주민투표를 치른 이후는 매주 목요일마다 촛블 집회를 계속했다.

주민 모두가 연출자, 연기자
이제 촛불집회는 주민들에게 매주 보는 주말 드라마와 같다. 또한 주민 모두가 연출자가 되어 행사를 함께 만들어 낸다. 어른부터 아이,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 행사 기획이 잡히면 방송차량이 읍·면을 돌며 홍보를 한다. 차량홍보팀이다. 한때는 아줌마 홍보팀이 읍·면을 돌며 집회 홍보를 했다. 작년 11월 19일 협상이 결렬된 뒤 집행부들의 구속사태가 이어지자, 마을별, 아파트별로 홍보조직을 꾸렸다.

행사 당일에는 제일 먼저 무대팀과 영상팀, 그리고 음향팀이 준비를 한다. 무대팀은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다. 경찰에 의해 철거된 무대를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고정식 무대를 사용해오다 경찰에 의해 몇 차례 부서진 뒤 이동식 무대를 만들었다.
영상팀은 주민들이 행사장에 모이기 전에 이전 집회를 촬영한 영상이나 주민교육용 비디오 상영을 준비한다. 영상팀은 부안사태를 알리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주민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만들고, 이것을 집회 때 상영했다. 무대팀과 음향을 담당하는 분들이 준비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가이드라인을 설치한다. 매주 마다 나오는 대책위 소식지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주민들이 하나, 둘씩 촛불집회장에 모습을 보일 즈음이면 무대 앰프에서는 민중가요가 흘러 나온다. 주민들은 과거엔 듣도 보도 못한 음악들이지만 1년 넘게 투쟁해 오면서 왠만한 대중가요 보다 더 익숙해졌다.

경건한 촛불과 즐거운 투쟁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상황 보고하는 것은 촛불집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뉴스다.
주민들은 그 곳에서 자신들만의 뉴스를 만들어 내고 알린다. 이어 정부와 김종규 군수를 규탄하는 강한 연설이 이어지면 주민들은 구호와 박수로 동의를 나타낸다.
촛불 한마당에서 트로트와 대중가요는 빠지지 않는다. 트로트 음악에 맞추어서 손뼉치고 일어나 춤을 추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둥 구호를 힘차게 외친다. 투쟁을 즐기는 것이다. 1년여가 넘는 시간동안 때론 처절하게, 때론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온 주민들에게 촛불집회가 투쟁과 놀이의 마당으로 거듭난 셈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장 한 쪽에서는 모자, 티셔츠, 버튼 등을 판매하는 판매팀이 주민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한다. 다들 반핵패션을 갖췄지만 추가로 하나 더 사두기도 한다. 모금팀은 모금함을 들고 주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성금을 모은다.
촛불집회장 주변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막칠하세팀에서 만들었다. 집회 마무리는 언제나 다음 집회까지의 중요한 일정과 공지 사항을 알리는 시간이다. 이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만세삼창을 마지막으로 촛불집회는 끝이 난다.
행사는 끝났지만 뒷 마무리를 위해 몸을 바삐 움직이는 팀은 집회장을 말끔히 하는 청소팀이다. 이처럼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정해주지 않았지만 각자의 역할을 꿰뚫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렇게 마당은 준비되고 공동체는 익어간다. 부안군민 모두가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스타’로 불릴 만하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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