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부터 원양까지 5대양의 생선이 다 있어요

자린고비 서너명 쯤은 간단하게 찜쪄먹을 만한 구두쇠인 ‘장자’가 장독간에 앉았다 날아간 파리를 쫓아 군산에서 출발하여 육박칠일을 헤맨 끝에 당도한 곳이 법성포였다. 장자가 지나간 궤적이 고군산 열도 8개 섬인데 그 안쪽에 있는 바다를 칠산어장이라고 불렀다. 격포가 칠산어장의 가운데 있는 항구이고 위도는 그 서쪽 끝이다.
칠산어장에서는 조기를 비롯하여 맛있는 생선이 철을 바꿔 가며 올라온다. 한겨울 숭어를 비롯하여 물메기, 봄철 쭈꾸미와 갑오징어, 꽃게와 농어, 병치와 덕재, 가을 전어까지 서해안 맛있는 생선은 죄다 여기에 있다. 칠산어장에서 잡힌 생선들은 부안장에 모인다.
부안 어시장에서 팔리는 생선은 크게 3종류 나뉜다. 활어, 생물, 냉동이 그것이다. 주로 횟감으로 쓰는 ‘활어’는 부안 인근해역에서 주로 잡히고, 아나고, 준어, 병치, 장대, 도다리, 아구, 서대, 노랑가오리, 삼식이, 간재미, 갈치, 고등어, 대구와 같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생선인 ‘생물’은 국내산이 주류를 이룬다. 드물게는 속초에서 나오는 도루묵이나 울산등지에서 나오는 청어, 고등어랑 비슷하게 생긴 아지도 가끔 장에 나온다. 러시아에서 온 동태, 일본에서 온 갈치, 우르과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온 홍어, 중국에서 온 조기, 원양어선을 타고 온 오징어 등은 ‘냉동’으로 불린다. 
생물이나 냉동은 군산에서 떼어다가 판다. 중도매인들이 그 역할을 한다. 오대양을 헤엄치던 물고기가 어부의 그물과 각종 어시장을 거쳐 부안 장에 모인다. 이들 물고기중 활어는 주로 격포나 곰소항을 통해 들어와 부안어시상에서 실시간으로 경매가 이루어져 횟감으로 팔린다. 격포나 곰소에서는 하루에 한번 경매가 열리지만 부안 어시장에서는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 오면 그 때 그 때 경매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부안 어시장의 첫 번째 자랑이다. 항상 싱싱한 생선이 다소 저렴한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주말이면 전주나 광주 대전등지에서도 관광객들이 부안 어시장을 찾는다.
부안 어시장은 김제나 정읍, 고창 등 인근 지역에 비해 종류와 신선도가 뛰어나다. 시 지역인 정읍보다 생선전의 규모가 훨씬 크다. 이것이 부안 어시장의 또다른 자랑이다. 이 때문에 고창이나 김제, 정읍 사람들이 시제처럼 큰일을 치를 때 부안으로 어물장을 보러 온다. 부안 어시장이 전북 서해평야부의 중심 어시장인 것이다.
시제에는 홍어를 비롯하여 준어, 조기, 덕재 등이 주로 쓰이는데 가끔 상어고기가 꼬지로 올라갈 때도 있다. 시제에 쓰는 생선은 마리당 1만원 이상 가는 최상품을 쓴다. 조상을 모시는 마음이 극진한 까닭이다. 이들 생선은 주로 쪄서 실고추와 참깨를 살짝 찍어 묻혀 모양을 낸 후 젯상에 오른다. 향교 제사의 경우에는 생선을 날 것을 올린다.
간재미나 노랑가오리는 회나 무침으로 먹는다. 도라지나 무를 썰어 넣고 초장과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치면 막걸리 한잔이 개운하게 넘어가는 얼큰달콤새고롬한 안주가 된다. 장대나 서대는 햇고사리를 넣고 지져내면 국물맛과 고소한 살코기 맛이 어우러진 매운탕의 재료로 쓰인다. 꽃게는 탕이나 찜 무젓이나 간장게장으로 탈바꿈하여 더욱 입맛을 돋운다.
겨우내 움츠러든 어깨를 쫙 펴고 부안 어시장으로 놀러 오시라.~ 통통하게 살이 오른 쭈꾸미와 바닷가재가 한창이다. 새만금, 중국어선, 후쿠시마... 바다를 괴롭히는 요인들이 점점 많아지지만 부안 어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는 시장, 생것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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