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161개의 지점을 전국에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지점들의 대부분은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군단위에 위치하고 있는 지점은 전국에 걸쳐 5개 정도라고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부안에 자리 잡고 있는 국민은행 부안지점이다. 이곳에서 34년간을 한결같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고객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지다가 최근 정년퇴직한 청원경찰 김상운(59)씨를 만났다.
“2월말에 퇴직하셨으니 한 달도 안 되셨네요. 은행에 찾아오시는 분 중에 아직도 찾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화장실에만 가도 제가 없는 동안 저를 기다리고 계시던 분들이 많았었는데 아마도 오랫동안 도와드렸던 분들은 제가 없어서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그런 맘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후임으로 새로 온 분도 젊고 싹싹하고 하니까 금방 적응해서 저보다 더 고객들에게 잘해드리고 또한 사랑받을 것입니다.”
“청원경찰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요?”
“원래 청원경찰은 경찰서장의 감독 하에 경비 구역 내에서 경찰관직무직행법에 의한 경찰 직무를 수행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경비업무보다는 고객안내나 편의를 제공하는 업무가 주를 이룹니다. 34년간 근무하면서 날치기 같은 강력사건은 딱 한 번 있었고 그것도 바로 검거되었지요. 그런 일은 흔치 않아요. 요즘에는 보이스피싱이 많은 편이죠.”
“작년에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할머니를 결정적으로 도와드려서 표창까지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일이 아주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은 은행에 딱 들어오실 때부터 표시가 나거든요. 눈빛이 불안하고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거나 가방에 전화기를 켜놓은 상태로 넣고 있습니다. 사기범들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작년 그 분은 돈을 송금하려고 현금으로 5백만 원을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진정시켜드리고 납치되었다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할 수 있게 해드렸지요. 아들과 통화 한 후에야 겨우 안심을 하시더군요. 그런 일들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전해져서 표창까지 받게 됐습니다.”
직장동료들과 테니스를 함께하는 친구들이 마련해준 퇴임식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는 김상운씨는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해외여행을 비로소 다녀왔다. 그 여행은 특별히 의미도 깊었고 또한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한다. 이제는 시간 나는 대로 더 자주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란다.
“평소 같으면 제복을 입고 근무해야 할 시간에 평상복을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면 ‘아니 왜 이 시간에 여기에 계신가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직은 저도 낯설고 어색해요. 하지만 이제 저도 인생의 제2막을 열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직은 젊은데……. 그래서 평소에 준비해 온 열관리 기사 자격증을 발판으로 새로운 직장을 예약해 놨습니다. ‘건강나라 헬스 사우나’에 보일러를 책임지러 갑니다. 이제 그 곳에서 이전 직장에서 하던 것처럼 주민들께 서비스한다는 맘으로 열심히 하렵니다. 맘의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김상운씨는 97년 IMF 구제금융시절에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단기계약직을 거쳐 무기 계약직으로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불안한 고용 신분 때문에 전직을 고려해서 열관리기능사와 위험물기능사를 따놓았다고 한다. 당시 명예퇴직은 온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분위기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잘못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은행이 살고 나라가 산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단다. 당시 부안지점도 폐쇄의 위기에 처했었지만 부안군민들이 그동안 국민은행 부안지점에 보여준 사랑의 힘으로 겨우 지점폐쇄는 면했다고 한다. 부안군민들께 그 점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하며 비록 정년으로 그 곳을 떠났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퇴임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아내로부터 들었을 때 울컥했다는 김상운씨에게 그동안 준비해왔던 멋지고 보람된 인생의 새로운 2막이 열리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