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방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처음 제안된 지 929일만의 일이다. 정치인·공무원·언론인 등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직접대상자만 300만 명에 이른다. 뇌물죄나 알선수재 등 형법상의 처벌규정, 부패방지법이나 각 기관에서 운영하는 윤리강령, 행동강령만으로는 우리사회에 팽배한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우리사회의 투명성이 꾸준히 후퇴하거나 정체하고 있다.
쉽게 통과될 것으로 여겨졌던 『김영란법』이 주춤했던 것은 그 대상에 언론사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당초 정부안에서 사립학교 교직원, 모든 언론사로 대상이 확대되며 이 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회적 논란을 생각해 보면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절감할 수 있다. ‘언론자유침해’, ‘위헌’ 등의 논란이 조중동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언론자유 침해논란이 불거지며 언론계가 들썩였지만 국민여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언론계에 대해 시민들은 의아해했다. 한 번에 100만 원, 연간 300만원 상당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는 부패한 기자들이 얼마나 많기에 기자집단이 반대하고 나서는가! 라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른 직업종사자보다 더 높은 직업윤리 의식을 요구받는 언론사에게 『김영란법』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기자들을 포함한 언론인이 어떤 명목으로든지 돈을 받는 것과 기자의 양심, 윤리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언론스폰서』 문제를 공론화 할 것을 주장한다. 언론사 및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의 각종 협찬, 촌지, 향응, 접대, 선물, 외유성 취재 및 국내외 연수지원, 편의시설 제공 등이 그것이다.
최근 불거진 지역 언론 스폰서 문제를 살펴보자.
전주시에서는 끊임없이 촌지 문제가 불거졌다. 작년 명절에도 출입기자를 관리하려 는 움직임이 이어졌으며, 출입기자단 간사를 통해 기자단에 일괄적으로 배포되던 방식이 구청이나 산하기관 등을 통해 일대일 전달되는 등 음성적으로 변질되었다. 전북은행은 2014년 출입기자 13명을 제주도로 연수 보냈다. 연수내용도 불분명하지 만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합병 및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내부 반발 및 JB지주 로고 변경에 따른 전북 홀대 등 비판 보도를 막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제 전북민언련의 ‘전북은행 2014년 보도 모니터’ 결과 관련보도 중 절반 이상이 홍보성 기사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게다가 일부 기자들은 광주은행 인수에 성공도 했으니, 올해는 해외연수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하기도 했단다. 출입처 연수의 의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북도청 출입기자단은 2015년 초 해외 동행 취재 기준을 만들어 기자단에 회람했는데, “전라북도와 우호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으로 상호 추진되는 교류 활동 또는 공익을 위해 추진되는 해외 벤치마킹 활동”에는 동행 취재 순서를 만들어 동행하겠다고 한다. 회사 자비로 동행하는 경우는 예외다. 상대국가의 지원이라지만 상호교류 형식이라는 점에서 형식만 바뀐 공짜 해외 동행취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언론 윤리강령’ 위배다.
청탁이란 당장에 어떤 행위나 조치를 취해주도록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두고두고 ‘알아서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청탁을 위해 제공되는 ‘관련사의 협력 지원’ 및 ‘공짜 연수’와 같은 ‘스폰서’는 뇌물로 보아야 마땅하다. 기자윤리강령 <품위의 유지> 조항에 전면 위배됨은 말할 것도 없다.
권언유착 등 취재원으로부터 접대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관행과 이에 대한 묵인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뿐이다. 국민들이 언론인을 부정부패의 한 축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언론활동에 종사하는 대다수 양심적언론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우리사회의 소중한 합의다. 지역언론도 기존의 스폰서 관행을 점검하고, 언론사 내부의 자율정화 시스템을 적극 가동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지대 획득에만 골몰한 채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방기하는 지역언론 사주들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을 지역언론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 낡고 부패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지역언론의 노력에 지역사회도 함께 할 것이다. 지역언론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은 언론이 지역사회의 동의와 지지 기반 위에 올곧게 서는 것뿐이다. 변화를 향해 노력하는 언론에게 우리는 반드시 화답할 것이다. 지역언론 종사자들의 건투를 빈다.
2015년 3월 11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은규·이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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