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면 운산리에 자리 잡은 변산공동체학교는 산과 들, 바다에서 놀고 일하며 배우는 특별한 학교다. 사람들은 이곳을 두고 “말도 안 되는 학교”라고 말한다.
시험이라고는 아예 없고, 학비는 한 푼도 받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함께 일하고 같이 밥 먹는 식구다. 곧 엄마와 아빠, 이모, 삼촌인샘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음대로 수업을 골라 듣는다. 공부는 아침에 세 시간만 하고 오후에는 모두 어울려 밭일 논일을 한다. 또래 학생들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공동체 학생들은 산과 들에서 손발을 놀리며 온몸으로 배운다.
변산공동체학교가 ‘다른 학교, 다른 교육’을 실천해 온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됐다. 설립자 윤구병 선생의 뒤를 이어 지난 20년 동안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려온 김희정 교장이 교육철학과 교육살이를 담은 첫 책, ‘산적떼 같은 요놈들, 예쁘다(보리·1만5,000원)’를 펴냈다.
1995년 변산면 운산리에 터를 잡고 1998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쳐 온 변산공동체학교는 가난한 아이도, 형편이 넉넉한 아이도 모두가 똑같이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교육철학에 따라 한결같이 무상교육을 펼쳐 왔다.
변산공동체학교에 오게 된 학생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 왕따 당하던 학생, 건강이 안 좋은 학생, 장애가 있는 학생, 편식이 심한 학생, 성격이 아주 예민한 학생, 자식을 농사꾼으로 만들겠다는 부모님을 둔 학생,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까지…. 주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오지만, 제 발로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개성 강한 사람들이 공동체라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살며 겪는 어려움과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공동체 생활이 재미없다는 학생도 있고, 농사일이 힘들어서 싫다는 아이들도 있다. 한 반년 배돌다가 훌쩍 떠나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공동체 삶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과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는 공동체 교육의 앞날이 어떠해야 할지 깊은 생각을 털어놓는다.
변산공동체학교 앞에 놓인 숙제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동안 이 곳에서 중등부나 고등부를 삼 년씩 다니고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모두 스무 명. 이 학생들은 거의 도시로 나가는 삶을 택했다. 그런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고등부 졸업생 가운데 세 명이 공동체 식구로 살기 시작했고, 2015년도 고등부 졸업생 두 명이 공동체에 남기로 결정한 것. 변산공동체학교 역사 이래 처음으로, 졸업생이 농촌에서 살길을 찾으려고 한 것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청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변산공동체학교 앞에 놓은 숙제다. 농촌에 남은 청년들을 위해 들살림, 산살림, 바다살림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초살림대학’을 만드는 일이나 장학금을 꾸리는 일, 공동체 울타리를 넓히는 일까지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희망을 버릴 순 없다.
김희정 교장은 머리말을 통해 “자식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식에 대한 걱정과 미련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서 “아이가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길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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