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쓰다듬어주고 엉덩이 토닥여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해요

구름호수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진서면 운호리에서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고, 꿈을 키우며 행복하고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운호지역아동센터 최은숙(46)센터장을 찾았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운호음악회’가 벌써 열두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온지 17년이 되었는데 물론 그동안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음악회 역시 우리센터에서 늘 하듯 노는 것 중의 하나일 뿐이라 생각하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죠. 아이들과 저는 마을을 산책하며 쑥을 캐고, 영어 단어를 외우고, 미술, 음악, 생활과학, 요리 등을 배우면서 모든 것을 놀이처럼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면 영어단어를 외우고 바이올린, 해금을 익히는 힘든 과정도 모두가 놀이처럼 즐거워합니다.”
12년 전 오카리나와 기타연주, 풍물공연으로 시작했던 아이들의 음악회는 그 후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플릇, 해금 등으로 해마다 영역이 확대되었다. 지금은 한 아이가 최소한 서너 가지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회로 발전하였다. 거기에 센터를 졸업한 졸업생까지 참여하여 근사한 클래식 하모니를 완성하게 되었다. 연주회의 가장 큰 성과는 이를 통해서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어떨 때 행복해 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악기별로 아이들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었어요. 센터장인 저의 급여를 모두 지급해도 그 돈으로는 전주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이 먼 곳까지 오지 않으려하십니다. 해결방법은 될 때 까지 부탁하는 거죠. 어떡하겠어요? 그래서 이곳에 오시는 선생님들은 일정 부분 재능기부의 개념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문화바우처를 통해서 지원받는 부분이 있어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운호지역아동센터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29명의 아이들이 놀며, 공부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센터를 다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자연히 졸업을 하게 되는 데 주말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센터를 찾아와 악기도 가르쳐주고 공부도 함께 하며 동생들에게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처음 센터가 생겼을 때 다니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교 졸업반이 되었는데 그 아이들도 방학이나 연휴가 되면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 봉사활동도 하고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준다.
“처음에는 받는 것에만 익숙하던 철부지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센터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았고 그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며 다시 그것들을 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온다는 말에 정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선순환이 시작 되는 느낌이예요.”
사실 운호지역아동센터에서 악기를 배우며 스스로 성장하고 그것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밖으로 보이는 일부분일 뿐 더 중요한 일들은 수면 밑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저희 아동센터에서는 밸런스를 중요시 합니다. 공부와 인성, 힘든 과정과 즐거움, 독서, 음악, 미술, 요리 같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요소들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랑 같지만 그래서 우리아이들이 어디에 가나 공부도 빠지질 않아요. 호! 호! 호! 상처받고 움츠렸던 아이들도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토닥여주면 다 자라면서 예쁘게 크더군요.”
마침 운호지역에서는 또 다른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이미 녹색체험 농촌마을과 정보화마을로 지정되어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농식품부에서 공모한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공모에 참여하여 7년 만에 사업을 유치하는 결실을 이뤄냈다. 운호 주변의 7개 마을을 엮어 운호 구름호수권역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소회의실을 겸한 작은도서관과 공연장을 겸한 작은 영화관은 운호교회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지속적으로 해오던 문고와 영화상영 프로그램이 그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역아동센터와 가까운 곳에 건립예정인 작은도서관과 작은영화관은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제 몫을 다하리라 생각된다.
“말씀을 듣고 보니 17년 전부터 꿈꾸던 모습이 하나씩 현실화 되는 것 같군요. 더 바라는 것은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13명의 연로하신 교인들이 계셨는데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어요. 그 때 제가 그 분들에게 아프고 기운 없을 때 제가 모시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켰어요. 그 생각만 하면 항상 아쉽죠. 그래서 자그마한 황토방을 마련해서 마을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한평생을 살아온 이곳을 떠나 양로원이나 요양원으로 가지 않도록 제가 모시고 싶어요. 이곳에 계시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휠체어 타고 마을이라도 한 바퀴 돌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최은숙센터장의 마지막 소망이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온화한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참 향기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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