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방바닥처럼 맘도 따뜻해

   
 

일주일이면 두 번은 관절염 치료차 꼭 병원에 들렀던 상서댁이 병원을 오랜만에 찾았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서울 사는 막내아들이 텃밭농사도 끝났는데 한 번도 안온다고 허길래 갔더니만 유치원 댕기는 애기를 잠시만 봐달라고 그러는 거야. 매정하게 뿌리치질 못해서 보름간 있었는디... 아이고! 감옥이 따로 없어, 그게 창살 없는 감옥이지... 인자는 절대로 안가! 못가! 그럼! 죽어도 내 집에서 죽어야지.”
농한기인 겨울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의 서울살이 무용담이 장황하다.
부안의 65세 이상의 노인은 16000여명으로 부안 전체인구 5만 8천 명 중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고장의 고령화현상은 다른 농어촌 지역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홀몸어르신들은 사회적인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분들은 대부분 빈약한 현금 소득으로 인한 빈곤, 장시간 누적되어온 노동에 따른 만성관절질환, 외로움, 우울 , 치매, 고독사 같은 문제들과 싸우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많은 대안 중에서 부안군에서 선도하고 있는 “마실사랑방”이란 공동주거, 공동생활을 통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법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그 중 하서에 있는 백련리 마실사랑방 식구들을 찾았다.
사랑방 회장님인 이정임(83)씨께 물었다.
“이렇게 함께 식사하시고 함께 주무시면서 생활하신지 얼마나 되었나요?”
“2013년 12월 달에 부안군에서 우리 마을이 처음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3년이고 만으로는 1년 쪼금 넘었구먼. 65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들만 함께 자는데 잠시 출타한 사람도 있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고 요즘은 7-8명 정도 생활하지”

   
▲ 문복례씨
“함께 생활하시면 뭐가 제일 좋으세요?”
“우선 적적하지가 않지. 밥도 억지로 우겨넣지 않아도 되고 반찬은 김치하나만 있어도 맛나. 게다가 대처에 나가있는 자식들도 어머니 걱정에서 한시름 놓는 것도 같고...”
“혼자 계시다보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비싼 기름 값 걱정이 먼저죠. 그래서 전기매트에 잠자리만 데우고 그렇게 사는 게 대부분이죠. 그러다 보면 평소에 안 좋았던 허리나 다리가 더 아프게 되고요.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걱정 없이 한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으니 그 덕분에 병원도 덜 가게 되지요. 그리고 밤에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혼자서 큰일이죠. 젊은 사람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노인들은 그것도 무섭잖아요?” 옆에 있던 마실사랑방 신입인 부녀회장 문복례(66)씨가 거드신다.
문복례씨를 보더라도 이런 함께 밥을 먹는 공동체 식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1년 전 마실사랑방의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문복례씨는 부녀회장으로서 사랑방일은 물론이고 마을의 온갖 굳은 일을 조용히 순발력 있게 처리하여 마을 어른들에게는 보배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후 1년 동안 폭풍 같은 악몽이 덮쳐왔다. 남편을 갑작스럽게 놀랄 겨를도 없이 떠나보내고 곧바로 본인은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조기에 손을 써서 남은 3개월의 함암치료만 잘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고 하니 천만 다행이다.
그동안 살뜰히 보살폈던 동네 아짐들이 이제는 자신의 병수발을 해주는 가족이 되어 행여나 수술한 위에 부담스럽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부드러운 식사로 정성껏 챙겨주신다.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모습, 주말연속극을 함께 보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감정을 서로 나누는 모습. 이런 모습이 진정한 공동체 식구의 모습이 아닐까?
처음 2곳으로 시작한 마실사랑방이 주민들의 좋은 반응 속에 17개소로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백련리 부녀회장 문복례씨! 쾌유하셔서 예전의 알뜰살뜰한 마을의 살림꾼으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백련리 할머니들! 점심으로 대접받은 고등어지진 것 참 달고 맛있었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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