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이팅게일’ 하면 ‘등불을 든 천사’ 또는 ‘희생과 봉사’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것도 아닙니다.
나이팅게일은 1854년부터 1856년까지 지속된 크림전쟁 당시에 밤낮으로 고통 받는 부상병들을 돌본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뛰어난 통계학 실력과 지도력을 발휘하여 비위생적인 병원 환경을 개선한 선구자였습니다. 야전병원에서 부상병들을 돌보던 나이팅게일은 사망자 대부분이 전쟁의 상처로 인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전염병 때문에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였습니다. 당시에도 군인 조직은 관료적이며 변화를 싫어했던 모양인지, 나이팅게일은 수많은 설득과 노력 끝에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40%에 이르던 사망률이 2%로 감소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이팅게일이 군을 설득하기 위해 유명한 ‘나이팅게일 로즈 다이어그램’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다이어그램은 전염병이 흔히 발생하는 여름에 사망률이 증가하며, 그 원인이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환자를 위해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시각을 가진나이팅게일은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정규 간호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간호사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 하면 개인병원에서 만나는 ‘간호조무사’를 떠올릴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입원보다는 통원치료를 위해 외래나 개인병원을 찾는 비율이 더 많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간호조무사들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정규 간호교육’을 생략하고도 간호사 면허를 주는 정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교육 받습니다. 의료와 관련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약 2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혈압은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혈압을 정확히 재는 것과 더불어 혈압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수술 후에 환자의 혈압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가정한다면, 환자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관된 환자 상태, 즉 수술 부위와 수술명, 맥박, 의식 상태, 수술 중 출혈량, 수술 후의 배액량, 소변량, 투여된 약물 등을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료인 면허를 가진 간호사와 의사가 혈압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여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면, ‘주의의무태만’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가 혈압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여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면, 의료기관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지만 간호조무사 개인은 책임을 질 근거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주어진 면허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다르고, 부여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정규 교육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를 말합니다. 의료법에 명시한 일정 교육을 받고 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영국에서는 간호사 면허 시험이 따로 없습니다. 간호학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철저히 감독하고, 해당 간호학 교육을 받으면 간호사가 될 자질을 갖추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교육을 그만큼 중요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간호인력 개편안’은 간호사의 정규교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입원을 하는 경우는 치료 과정에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거나, 상태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아서 환자의 민감한 상태 변화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면 환자의 안전은 그만큼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국내의 한 연구에서 2009년 한해 국내 병원에서 12종의 수술을 받은 환자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수가 가장 적어 간호등급제의 6~7등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명당 병상 수가 4.5~6.0인 경우)을 받은 병원이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해 2~3등급 혹은 1등급(간호사 1명당 병상 수가 3.0 미만)으로 향상하면 수술 환자 1,000명당 각각 33명, 54명의 생명을 추가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간호사 면허에 필수적인 교육 과정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간호인력 개편안’이 중지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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