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평가를 통해 높아진 아이들의 자존감이 가장 큰 보람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경기도에서부터 시작한 혁신학교이다. 전라북도는 김승환 교육감이 당선된 이래 전라북도형 혁신학교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여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의 호응 속에 원래의 목표였던 전체 학교의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곳 부안에는 2014년 공모를 통해 부안초등학교와 하서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추가 선정이 되어 기존의 행안초, 하서중, 줄포초와 더불어 5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될 예정이다. 그 중에서 줄포초등학교는 1년 만에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으며 조사결과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바로 이게 혁신학교을 통해서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이야!”라는 교육전문가들의 평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음악교과를 전담하면서 혁신학교의 준비과정부터 시행까지 실무적인 역할을 수행한 오재승(44)선생님을 만나 줄포초에서 한 해 동안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부안은 혁신학교에 대한 열기가 타 지역에 비해 지지부진했는데 줄포초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 기쁩니다.
“사실은 혁신학교란 말이 처음 나올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혁신이란 말 속에는 교사도 혁신의 대상이란 뜻을 품고 있기에 불편한 마음도 있었고 그 동안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유행처럼 지나가면서 교사들에게는 또 다른 업무의 추가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사들도 대부분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은 있었죠. 그래서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후배 선생님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이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왜? 해야만 합니까?’란 물음을 계속 던졌지요. 그리고 미친 듯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회의하고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어렴풋이 이제까지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부터 바꿔보자’라는 마음으로 혁신학교를 준비하기로 했죠.”
그렇게 모인 8명의 줄포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겨울방학 내내 치열한 준비과정을 거쳐서 “즐거운 배움으로 삶의 힘을 키우는 학교”라는 학교철학과 비전을 세우게 된다.
“삶의 힘을 키우는 일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주된 원인이 잘못된 평가방식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중간, 기말고사 같은 시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점수위주의 서열평가는 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관찰과 면접, 그리고 서술형 상시 시험을 통해서 그 아이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무엇에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 단위학습에서의 학습 성취도는 얼마 정도 되는지를 파악한다.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협력해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자신의 하루를 소중히 여겨 계획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등이 주요 평가 대상입니다. 결국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하는 것이 평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방식을 ‘참평가’라고 부릅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온전한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리자 중심의 학교문화에서 교사중심의 학교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평교사들의 자발적 헌신과 열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믿음으로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최성운 전 교장선생님과 은미숙 현 교장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누차 강조했다.
“선생님을 믿어 주는 이런 모습에서 교사는 자발성과 소속감을 가지고 더욱 세심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서 실행하고 또한 실제로 계획한대로 이루어짐으로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추억을 쌓아가는 선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선생님들은 교육과정과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오재승선생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여름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여 교사가 아닌 장학사로서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혁신학교에 관련된 장학지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 높은 행복한 아이들로의 변화를 이끌었던 오재승 선생님, 이번에는 선생님이다. 현명한 지도와 조언으로 혁신학교에 필요한 많은 민들레 홀씨가 탄생하길 바라며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의 외침이  공허한 외침이 아닌 진정한 현실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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