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옛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흔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이야.’라고 시작한다. 그렇다면 호랑이는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을까?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대체로 아주 오래 전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호랑이가 사람처럼 담배를 피운 것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처럼 말도 하고 인간들과 어울렸던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생각은 잘못되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운 시절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이 땅에 담배가 언제 들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호랑이라 해도 애당초 담배가 없다면 피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예 담배라는 물건이 없으니 그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담배를 피운단 말인가?
이 땅에 담배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을 보면 임진왜란 이후에 왕위에 오른 광해군 때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구마처럼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까닭에 담배는 남쪽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남초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담배가 한반도에 들어온 다음에야 호랑이도 담배를 피웠을 테니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은 조선 중기쯤이 된다.
이 땅에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 호랑이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담배를 피웠다는 기록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 것은 속을 편안하게 해 주고 코에 난 병을 치료해 주는 등 지금의 생각과 달리 몸에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에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윤리도 없었다. 다만 광해군이 담배를 싫어해서 신하들이 삼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이후 담배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때로는 분노를 삭이는 위안이 되고 때로는 짧은 휴식이 되며 때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매끄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해 왔다. 특히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할 무렵 변변히 휴식을 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담배는 짧지만 강렬한 휴식을 안겨 준 존재로 친구처럼 함께 생활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근래에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담배가 지목되면서 담배에는 악마적인 이미지가 입혀졌고 사랑이 아닌 증오가 더해진 애증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오늘날 삶의 최종적인 가치가 건강이 되면서 담배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담배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15년 을미년 새로운 한 해는 담배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부터 담뱃값을 인상하겠다는 발표가 있고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급기야 연말에는 담배 사재기와 담배 판매를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가 비단 담배를 피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화제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적 현상으로 부상했다. 담뱃값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더러는 금연 결심을 한 사람도 있고 전자담배와 같은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담뱃값이 아닌 담뱃세의 인상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일반적으로 담배에 대한 해악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은 담배를 통해 걷어 들이는 세금보다 담배로 인해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클 때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담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고 그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이 세금보다 더 많을 때 정부가 주도적으로 금연을 권유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의 담뱃값 인상은 국민의 건강보다는 세금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술도 같은 이유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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