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고령화, 공동체 붕괴 등 우리 농촌이 직면한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은 현실은 농촌이 살만한 공간이 아닌 죽어가는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그동안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 왔다.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직접, 간접의 보조금 정책들이 있었고, 생산조직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하게 소득을 높이는 것으로는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일부 성공한 농업인들은 교육이나 문화, 생활여건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 출퇴근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러한 농촌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 속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농촌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들이 제안된다. 그것은 단순히 농업 소득을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 농촌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을 기업, 지역만들기, 슬로공동체, 귀농귀촌 활성화, 농촌 관광, 6차산업 활성화같은 사업들은 소득이 안정되어 있는 농민들을 어떻게 더 잘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는 중,소농, 고령농, 여성농업인, 귀농인들을 동력으로 협력과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상당한 성과를 낳게 된다. 특히 전라북도에서는 진안의 마을만들기 사업과 완주의 로컬푸드, 고창의 귀농 활성화 등 행정의 새로운 마인드와 주민들이 결합하여 다른 지역에서 핵심적인 벤치마킹 지역이 될 정도로 농촌 활력사업의 성과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은 전라북도의 농업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올 도청 직제개편에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농촌개발관련 업무들을 한 곳으로 모아 농촌 활력과가 신설되기에 이른다. 전라북도의 농촌활력과는 18명의 주무관이 배치되고 전라북도의 농업관련 예산 6,585억원 중 1,371억이 배정될 만큼 중요한 부서로 부상하였다. 이는 축산과 902억, 식품과 280억, 수산과 289억 등 전북도의 농식품국 내의 다른 과와 비교해도 파격적인 예산편성이다. 인력과 예산규모 면에서 볼 때 농촌개발관련 분야에 전라북도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알 수 있다.
업무분장의 내용을 볼 때도 마을관광, 스마일농어촌 활성화, 농촌유학, 농촌 경관, 귀농귀촌, 농식품 6차산업연계, 도농연계 6차산업활성화, 로컬푸드, 광역 클러스터...... 등등 다소 생소해 보이지만 농촌 지역 활성화와 연계되는 다양한 사업들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분산되어 진행되던 이들 업무가 집중되고 협력관계를 이루면서 유기적인 농촌활성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농업관련 행정지원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적어도 전라북도에서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안군은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거슬러가고 있다. “과(課)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관련 업무는 다른 곳으로 분산되어 진행될 것이다”라는 행정과 일부 군의원들의 주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설득력이 없다.
농촌활력과는 원래 단순히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다. 지원 이전에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를 실천할 지역 주민들의 의지와 역량을 모으는 오랫동안의 노력에 기반하여 하나의 사업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포크레인으로 하천을 정비하거나 마을 안길을 포장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단순한 업무처리를 넘어 사업 간의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 업무를 분산해 버리면 사업추진이 매우 어렵게 되거나 애초의 정책의지와는 다르게 뼈대만 앙상하게 진행될 소지가 높다. 따라서 관련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농촌활력과가 가지고 있는 설립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농촌활력과가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천만원 5천호 육성이나 특화작물에 대한 지원 등은 원래 농촌 활력과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었다. 그런 사업들은 농업정책과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농촌활력과가 어떠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건강한 소를 넣을 수 있는 외양간을 그동안 소를 잘 못 관리했다고 때려 부순다면 영영 소를 키울 기회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번 부안군의 직제 개편안은 그 명칭만으로도 각 부서가 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농촌활력과의 폐지는 부안군이 명칭만으로 그 흔적을 보이고자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직제 개편이 진정으로 주민들을 향하고 있다면 ‘농촌 활력과’라는 부서가 담아야 할 내용들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행정과 의회가 함께 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유재흠(미래영농법인상임이사)
- 입력 2015.0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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