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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

선배는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다가 금융회사에 취직을 했다. IMF가 닥쳤다. 정부는 엄청난 공적 자금을 금융권에 투입했다는데 그 혜택을 보지도 못하고 선배가 다니던 회사는 파산을 선고했다. 함께 회사를 다니던 동료들이 돈을 모아 회사를 인수했고 선배는 하루아침에 노동자에서 경영자로 변신을 했다. 벌이는 노동자였을 때가 훨씬 좋았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였지만 학교를 다닐 때 선배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접하고 뭔가 의미 있는 정치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민주노동당에 입당을 했다. 노동자 정당이어서라기 보다는 그저 사회정의와 분배, 복지를 우선하는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민노당이 우여곡절을 거쳐 통진당으로 변신을 하고 공천과정에서 부정이 있었고 이석기의 종북논란에 휘말려 많은 당원들이 탈당을 할 때도 선배는 고지식하게 당원으로서의 자리를 지켰다. 그 많은 사건 속에서도 입으로는 좋은 말만 하면서 실제로는 엉뚱한 정책을 펴는 기존의 정당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던 선배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당을 잃고 말았다. 과연 통진당의 그 많은 당원들이 북한을 추종하고 혁명을 일으켜 파출소를 습격하며 총기를 탈취하려 했을까. 선배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통진당 해산으로 당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세상이 점점 선배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로, 어쩌면 그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  

유재흠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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